[사설] 엉터리 국정교과서 전면 조사하라

입력 2011-03-27 19:34

국정교과서를 편찬하는 데 준거틀로 삼아야 할 것은 보편성과 표준성이다. 교과서에 실리는 지식과 경험은 객관적으로 검증된 것이어야 하고, 설득과 공감이라는 교육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 교과서는 수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학습하면서 한 시대의 가치 기준이 된다.

한국의 국정교과서는 어떤가. 2009년부터 시작된 좌편향 논란에서 보편성의 원리를 크게 훼손한 사실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표준성에도 큰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이 아리랑이라든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가 한글이라는 식의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가 초등학교 교과서에 버젓이 실린 것이다. 검증과정이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과서 집필자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자긍심 또는 애국심을 심어주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시도는 오로지 진실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누구에게 무엇을 가르치려는 것인가. “몇 년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학술회의에서 한글을 세계 공용문자로 쓰면 좋겠다고 선정했다”는 취지의 글을 쓰면서 시간과 장소, 단체명을 명시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또 하나 납득할 수 없는 것은 검증 시스템이다. 교과서 편찬에는 연구→집필→심의의 3단계를 거치는 동안 종합대 교수, 교육대 교수, 초등학교 교사, 교육부·교육청 장학사 등 수십 명이 참여했다. 그런데도 치명적인 오류가 걸러지지 않은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증명한다. 6개월간 원고를 쓴 집필진이나, 여섯 차례나 검토했다는 심의진의 역할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 부실파동의 최종 책임은 내용에 대한 저작권을 행사하는 교육과학기술부에 있다. 교과부는 2년 전 좌편향 교과서를 손볼 때와 같은 자세로 부실한 내용을 바로잡고 허술한 검증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더불어 다른 교과서에는 비슷한 오류가 없는지 전면적인 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