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신창호] 일본 대지진과 가수 김장훈
입력 2011-03-27 22:38
가수 김장훈의 별명은 ‘기부천사’다. 자기 몫 챙기지 않고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돈을 쾌척하는 그가 대재앙을 겪고 있는 일본에 대해 “모른 척하기로 했다”고 하자, 칭찬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잘했다는 이들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누구보다 앞장서서 반대운동을 펼치는 ‘의식 있는’ 가수답다”고 하는 반면,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외면하는 게 잘한 일이냐는 비판도 만만찮다.
“독도를 다케시마라 우기는 일본에 우리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이유는 없다”라며 잘했다는 쪽 주장은 꽤나 설득력 있어 보인다. 거기다 일본은 조만간 독도 영유권을 명문화한 초·중·고 역사교과서를 검인정할 태세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되짚어봐야 할 대목도 있다. 일본 정부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역사교과서를 왜곡하는 일에 대해 우리가 흥분하는 것은 자라나는 세대에게 잘못된 역사를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다. 독도 영유권을 강변하는 그들의 정서에 밴 제국주의적 발상이 두 나라가 함께 공존해야 하는 미래를 망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독도 지키기에 나선 젊은 세대라면 가해자 일본에 대해 분노만 앞세워서는 안 될 일이다. 오히려 다시는 피해와 가해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건강한 미래 지평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 땅 독도에 대해 일본이 더 이상 영유권을 주장하지 않는 게 두 나라의 공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영유권에만 집착하는 일본 극우파처럼 자국 이기주의 발상에 기초한 것이 아니라, 독도가 역사 이래로 우리 땅임을 서로 인정하는 것이 지난 과거의 앙금을 털고 두 나라가 진정으로 화해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가수 김장훈이 곤궁에 처한 일본인들에게 “모른 척하겠다”고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되레 그들을 돕겠다고 적극 나섰다면 일본인과 그들의 정부는 더 부끄러워지지 않았을까. 뻔뻔스럽게 남의 땅을 자기네 마당이라 우기는 일의 수치스러움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열정적인 독도수호 운동가인 그조차도 자기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에 탄복했을 것이란 가정은 지나친 일일까.
신창호 차장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