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광 ‘한류 바람’] 외국인 환자 유치 성공사례
입력 2011-03-27 18:59
의료관광사업을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외국인 환자 유치 기관으로 등록한 국내 의료기관은 27일 현재 1200여곳. 이 중 외국인 환자를 단 1명이라도 실제 진료한 경험이 있는 곳은 400여곳이다. 그것도 월평균 100명 이상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곳은 10%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왜 이런 쏠림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월평균 100명 이상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 진료하고 있는 서울 시내 4개 병원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BK동양성형외과
“해외에서 제일 유명한 한국 의료 분야는 미용성형입니다. 외국인 환자 유치는 성형분야를 첫 단추로 시작해야 승산이 있습니다.” BK동양성형외과 김병건 대표 원장은 “한국이 성형 강국이라는 사실을 무엇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해외에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BK동양성형외과는 국내 최대 규모 성형외과 전문병원이다. 외국인들이 성형을 위해 가장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하루 5∼6명씩 월평균 200여 명의 외국인이 이 병원을 방문해 쌍꺼풀, 턱교정, 지방이식 및 제거 등의 각종 성형 수술을 받고 돌아간다. 최근 2∼3년 동안 연평균 약 30%씩 증가 추세를 보일 만큼 외국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수술실은 17개, 입원 병상은 총 40개다. 상담과 예약, 공항픽업, 호텔예약 등 서비스를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각각 제공하는 외국인 전용 웹사이트도 구축해 놓고 있다. 21명의 성형외과 전문의와 간호사, 상담원 등 140여 명의 일반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에 능통한 외국인 전담 코디네이터 13명이 상담과 진료를 돕는다.
BK동양성형외과를 찾는 외국인 환자들은 중국인이 가장 많고, 이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미국 호주 영국 일본 순이다. 2명 중 1명꼴로 본인이 직접 외국인 전용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방문하고 있다. 예약 취소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김 원장은 “외국인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는 100% 고객 맞춤식 서비스가 우리만의 성공 비결”이라고 말했다.
자생한방병원
외국인 환자들을 위한 인터내셔널클리닉을 2006년부터 운영해 왔다. 당시 약 200명에 불과했던 외국인 초진 환자 수가 지난해 17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크게 늘었다. 최근 5년 사이 무려 8.5배나 증가한 것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환자들의 재진 횟수도 2007년 한 해 2500여 회에서 2008년 약 3500여 회, 2009년 5600여 회, 2010년 8600여 회로 급증했다.
이들 중 국내 거주 외국인은 31%에 불과하다. 이는 요즘 자생한방병원을 찾은 외국인 10명 중 약 7명이 지병 치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는 얘기다. 나라별로는 중국인과 화교들이 많은 성형 분야와 달리 일본인이 전체의 18%를 차지해 가장 많은 것이 이채롭다. 그 다음으로 미국(9%), 러시아(4%), 프랑스 독일 캐나다(각 2%) 순이었다.
자생한방병원은 이렇듯 단기간에 외국인 환자를 많이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영어와 독일어 진료가 가능한 서양인 1호 한의사 라이문트 로이어 원장팀이 자국어로 된 한약 복용 설명서와 본국에 돌아가서도 한약을 계속 복용할 수 있는 국제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큰 힘이 됐다고 밝혔다.
자생한방병원은 앞으로 미국 시더스 사이나이 메디컬 센터(Cedars Sinai Medical Center)와 올림피아드 메디컬센터, 세인트 주드 메디컬센터 등과 양·한방 협진시스템을 구축, 한방 추나요법에 대한 기술 수출은 물론 미국인 환자의 국내 유치를 더욱 활성화시키는 동력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차병원그룹 차움
차병원그룹에서 운영하는 종합건강관리 서비스 기관이다. 차움(대표원장 이정노)은 지난해 12월 오픈 당시부터 피터 폰다, 크리스틴 데이비스 등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을 비롯해 중국의 6대 부호인 엄빈 회장, 중동의 세계적 부호 로타나 미디어스그룹 부회장 등이 방문해 큰 화제를 모았다.
차움은 일단 규모부터 세계적이다. 2만m² 규모의 병동에 프리미엄검진센터, 노화방지센터, 세포성형센터, 테라스파·클리닉센터, 푸드테라피센터, 베네핏센터와 수치료센터를 설치해 일대일 개인 맞춤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의료진과 스파 및 운동처방 전문가들이 한 팀을 이뤄 각종 질병의 진단과 치료는 물론 건강증진 서비스를 위해 협조하는 시스템은 이곳이 유일하다.
외국인을 위한 테라스파와 수면캡슐을 중심으로 한 1일 웰니스 프로그램은 999달러(약 113만원), 1일 메디컬 검진 프로그램은 1999달러(약 230만원)로 책정돼 있다. 검진과 스파, 푸드테라피 등을 묶은 1∼2주 패키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1주 패키지는 9999달러(약 1130만원), 2주 패키지는 1만4999달러(약 1700만원)를 받는다.
한편 차움은 기존 회원과 고품격 의료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의료 서비스를 다음 달 1일부터 일반인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총 46명의 전문의가 참여하는 종합 진료 존을 새로 개설했다.
365mc클리닉
비만 치료 전문 네트워크 병원이다. 김남철 대표원장은 “최근 영국 미국 노르웨이 등 서구 환자는 물론, 중국과 홍콩의 고도비만 환자들의 상담 문의 및 방문, 진료가 늘고 있다”며 “특히 지방흡입수술이나 고도비만수술 등 비만 치료를 위해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의료진과 일반 직원의 해외 연수와 미용성형 분야 석학 브룩 R. 세켈, 다이안 던칸 박사 등 외국의 권위자들을 국내로 불러 선진 의료를 직접 체험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수시로 마련한 결과다.
이 병원의 강점은 식도에서 위로 이어지는 부위에 밴드를 삽입,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인위적으로 좁게 만들어 다이어트 효과를 보는 위밴드(베리아트릭) 수술이다. 위나 장을 절제하지 않아 회복이 빠르고 수술로 인한 합병증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밴드를 풀고 조이는 과정을 환자 상태에 맞춰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 개개인의 식생활에 따라 유동적인 방법을 취할 수 있다. 비만으로 생긴 제2형 당뇨병이 수술 후 체중감소와 함께 80∼90% 이상 호전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한편 365mc클리닉은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들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직원들의 외국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전 직원에게 무료로 인터넷 교육(이러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일상 회화는 물론, 외국인 환자와의 대화에 필요한 필수 어휘 자료집도 제작, 제공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