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진원, 7집 ‘멜로디와 수채화’ 발표… “일상 소박한 감동 노래”

입력 2011-03-27 18:09


가수 권진원(45)이 최근 내놓은 7집 ‘멜로디와 수채화’에 실린 음악들은 간결하다. 악기 구성은 단출하고 노래는 대부분 3분 안팎. 보컬 역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하지만 단출한 악기와 깨끗한 목소리가 조응하는 멜로디를 좇다보면 머리 속에 다양한 색감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지난 2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권진원을 만났다. 그는 “일상의 ‘소박한 감동’을 앨범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우리 삶에서 군데군데 빛나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주 커다란 감동은 주는 건 아니지만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작은 감정들…. 그런 순간순간들을 멜로디로 풀어내려고 했어요.”

그의 설명처럼 앨범에는 일상에서 길어 올린 ‘감동의 순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연주곡 ‘예쁜 걸음마’에는 막 걸음마를 익힌 아기가 아장아장 걸어와 ‘탁’ 하고 엄마 품에 안길 때의 환희가 담겨져 있다. ‘오늘 아침 비’는 산뜻하면서도 쓸쓸한 감상에 젖게 하는 봄비의 풍경을 멜로디로 풀어낸 작품이다. ‘누구나’는 젊은 날의 꿈을 잊고 살아가는 동년배들의 모습을 그린 노래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다 1992년 솔로활동을 시작, ‘살다보면’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등의 히트곡을 내놨던 권진원. 하지만 그는 2000년대 들어 활동이 소원했다. 90년대에는 2∼3년 간격으로 앨범을 발표했지만 2001년 5집 ‘Jinwon Street 5th’가 나온 뒤 6집 ‘나무’가 발매된 시점은 2006년이었다. 그리고 다시 이번 앨범을 내놓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는 “게으름을 피운 것은 절대 아니다”고 했다.

“90년대엔 노래 만들고 앨범 내고 공연하는 사이클이 반복됐어요. ‘숨이 차다’는 느낌을 받았죠. 어차피 평생 가야할 음악의 길이라면 조급해할 필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느슨하게 살지는 말되 시간에 구애받지 말고 음악을 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권진원은 지난해부터 서울예대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예비 뮤지션’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우후죽순 생겨난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정적이었다. 가수가 가져야할 상식선의 기량을 가리는 오디션은 있을 수 있지만, 일정 수준에 도달한 노래 실력을 놓고 점수를 매기는 오디션은 “달갑지 않다”는 것이었다.

권진원은 “자신 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평생 음악에 뜻을 둔 사람이라면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 삶의 철학을 먼저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악적 기량만 출중한 뮤지션은 살아있는 꽃이 아닌 ‘조화(造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