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관객 80만명 돌파… 코믹 연극 ‘보잉보잉’ 이끄는 세 주인공

입력 2011-03-27 22:31


“대학로에선 배꼽잡는 데 강남 관객은 수줍어 해요”

10년째 대학로 소극장 흥행 1위를 달려온 ‘라이어’를 무너뜨린 작품이 등장했다. 세 명의 여자와 동시에 연애를 하는 바람둥이 남자 성기와 그를 돕는 시골 총각 순성의 이야기를 다룬 코믹 연극 ‘보잉보잉’이다. 2009년 말부터 흥행 조짐이 보이더니, 지난해 전체 연극 중에 가장 많은 관객(30만명)을 동원하며 ‘라이어’를 제친 후 지금까지 인터파크 연극 부분 예매 1위를 지키고 있다.

이 작품의 인기 비결로는 저렴한 가격(1만원)에 기반한 물량공세 전략이 꼽힌다. 제작사인 극단 두레는 오후 8시 공연 위주였던 대학로 관행을 깨고, 평일 5시와 금·토요일 오후 10시 공연을 개설했다. 또한 이 시간대 공연은 전 좌석을 1만원에 팔았다. 이 전략은 성공했다.

‘보잉보잉’은 현재는 대학로 2곳, 신도림, 강남 등 서울에서만 4곳에서 공연 중이고 4월부터는 대전 전주 등 지방 공연에도 들어간다. 2002년 첫 공연 이후 누적 관객이 80만명을 돌파했는데도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이 연극의 묘미는 무엇일까. 시골에서 갓 상경한 순성이 때로는 능청스럽게 때로는 황당하게 성기를 보좌하는 모습에서 관객들은 ‘빵’ 터진다.

지난 25일 서울 동숭동 극단 두레에서 순성 역을 맡고 있는 세 배우 박주용(28), 박재웅(29), 정재원(25)을 만났다. 같은 역이지만 이들은 각각 신도림 강남 대학로로 공연하는 장소가 다르다.

“아무래도 가장 반응이 시원한 곳은 대학로죠. 대학로 관객들은 크게 웃어요. 박수도 잘 치고요. 반면 강남 관객들은 표현하는 데 수줍어해요. 웃을 때도 손을 가리는 식이죠. 반면 신도림 공연장은 객석 규모가 대학로의 4~5배라 관객들과 소통을 잘 해야 해요.”(박재웅)

이 작품에서 배우들은 관객과 대화하면서 웃음을 유발한다. 예를 들어 초반에 순성이가 나와 “제가 누구를 닮았나요”라고 물으면 관객들은 “장동건”, “현빈” 등의 대답을 능청스럽게 내놓는다.

정재원은 “한번은 눈치 없는 관객이 이혁재 닮았다고 해서 웃음바다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박재웅은 “농구선수 문경은 닮았다는 얘기에 제가 너무 크게 웃었던 적이 있다. 연극 전에 긴장을 풀려고 관객들한테 농담을 던지는 건데, 오히려 제가 긴장했다”고 말했다. 어떤 관객들은 어느 부분을 닮았느냐는 질문에 ‘내장’ ‘귓불’ ‘그림자’ 등 엉뚱한 답변을 던져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한단다.

배우들이 무대에서 실수를 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실은 웃음을 주기 위해 연습한 장면이다. 순성을 앞에 두고 가정부 옥희가 술을 마시다가 내뿜는 장면은 배우의 실수처럼 연출되는데, 실은 수십번 연습한 장면이다. 손남목 연출은 “옥희가 술을 마시다가 내뿜을 때 순성 얼굴에 정확히 맞아야 웃기다. 상대방 얼굴에 정확히 내뱉도록 연습한다”고 귀띔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