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깨운 애틋한 옛사랑의 추억… 시대를 노래한 ‘주크박스 뮤지컬’ 인기 비결
입력 2011-03-27 22:27
특정 가수나 한 시대의 노래들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웨덴 4인조 그룹 아바의 노래로 뮤지컬을 꾸민 ‘맘마미아’가 대표적인데 외국 작품 중에는 성공한 사례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흥행작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막이 오른 ‘천변카바레’와 ‘광화문연가’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며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인 광화문연가(20일~4월 10일)는 ‘이별이야기’ ‘옛사랑’ 등 2년 전 타계한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로 만들었다. 제작사 ㈜광화문연가는 27일 “지금껏 총 10회(1회당 3000석) 공연을 했는데 전 좌석의 80%가 팔렸다”고 말했다.
서울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천변카바레’(22일~4월 15일)는 1971년 스물아홉 살에 요절한 가수 배호의 노래가 전체 20곡 중 12곡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배호가 활동한 60~70년대 유행가로 채웠다. 두산아트센터는 “지난해 11월 공연 당시 80% 넘는 객석 점유율을 보이는 등 반응이 좋아 3월에 다시 무대에 올렸다. 재공연인데도 객석의 70% 이상이 팔렸다”고 밝혔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동전을 넣으면 인기 가요가 흘러나오는 주크박스에 빗대 특정 가수나 한 시대의 유행가로 꾸민 공연을 통칭한다. 한 뮤지션의 노래로 채운 ‘어트리뷰트 뮤지컬’과 특정 시대의 가요들로 채우는 ‘컴플레이션 뮤지컬’로 나뉜다. 국내 작품으로는 자우림의 노래로 만든 ‘매직카펫라이드’(2005), 동물원의 노래가 주를 이룬 ‘동물원’(2006) 등이 있었지만 당시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광화문연가’와 ‘천변카바레’는 이전 작품들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지난해 말부터 TV와 공연계에 불고 있는 복고 바람의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TV를 중심으로 ‘세시봉’ 열풍이 일었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추억의 유행가들이 조명을 받았다. 옛 노래를 들려주는 주크박스 뮤지컬은 요즘 대중의 욕구와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추억의 명곡들이 중장년층 관객을 사로잡는 한편 요즘 트렌드에 맞게 편곡된 곡들이 젊은 관객들의 호응까지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광화문연가’의 경우 ‘소녀’ ‘휘파람’ 등은 가급적 원곡의 느낌을 살렸고, ‘붉은 노을’ 등은 신세대의 취향에 맞게 편곡됐다. ‘천변살롱’에서도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 공원’ 등 배호의 대표곡은 원곡의 애절한 정서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재즈 피아니스트 말로의 반주로 세련된 느낌을 가미했다.
진정훈 청강문화산업대 교수는 “‘맘마미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들로 꾸민 ‘올 슉 업’ 등에서 보듯 성공한 작품은 멜로디가 쉬운 가수들의 노래를 사용했다. 작곡가 이영훈과 가수 배호는 대중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로 만들기에 적당한 뮤지션의 노래들을 잘 선택했다”고 말했다.
다만 ‘주크박스 뮤지컬’이 기존 노래들에 줄거리를 끼워 맞추느라 서사가 부실한 점은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광화문연가’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가 대부분 이별에 관한 내용이어서 등장인물이 사랑에 빠지고 갈등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