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해균 선장 주치의 이국종 교수… “국내도 중증 외상환자 치료체계 갖춰야”

입력 2011-03-25 19:02

“서울 한복판에서 석해균 선장처럼 총상을 입은 외국인 노동자가 갑자기 발생한다면 과연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삼호주얼리호 선원구출작전 과정에서 총상은 입은 석 선장 주치의인 아주대 이국종 교수는 25일 “한국에도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허브병원과 전문치료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국회 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국회보건의료포럼(대표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 주최로 열린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 사례로 살펴본 중증외상센터 문제점 및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해 “국내 외상체계는 응급외상환자를 어떻게 이송할지에 대한 규범조차 없다”며 “환자를 이송하기 위한 적절한 의료기관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석 선장 치료 때 찍은 다양한 자료 사진을 이용해 당시 석 선장의 상태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석 선장이 총탄 6발을 맞았고 관통상으로 일부 장기가 손상된 쇼크 상태였는데, 그런 환자를 1시간 만에 수술방으로 옮겨 의료진이 집도했다”며 초기조치가 상당히 빨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가 2차 수술을 집도할 당시 석 선장은 괴사성근막염으로 몸통 전체가 썩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는 “석 선장이 관통상을 입은 부위에서만 고름 한바가지를 퍼냈다”며 “온몸에 괴사된 부분을 최대한 제거한 이후 봉합 수술을 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석 선장의 골절된 팔 엑스레이 사진도 공개하며 “팔이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있는데 이걸 정형외과 과장님이 한 줄로 잘 맞췄다”며 “중증외상환자를 치료할 때는 다른 임상과와 협조도 매우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또 “외상환자는 어느 한 곳만 수술하는 게 아니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다 수술해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으스러진 것을 다시 맞춰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외상환자를 치료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국내 의료체계를 비판하며 정부의 정책 뒷받침을 주문했다. 그는 “회의실을 당직실로 바꿔서 침대 갖다놓고 버텨가며 하루하루 수술하고 있다. 그런데 2009년 3월부터 7개월간 열심히 수술했더니 병원 손해가 8억7000만원이 넘었다”며 “삼호주얼리호 사건 한 번으로 이런 현실이 크게 바뀔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히 “중증외상환자들이 주로 생산 현장에 있는 사람들로 여론 지도층이 적다보니 정부정책에서도 이 부분은 빠져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