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식량지원 본격 검토… 美 “정치와 별개” 규모·시기 저울질

입력 2011-03-25 22:01

유엔은 24일(현지시간) 북한이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며 식량 43만t의 국제적 지원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이 구체적으로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식량프로그램(WFP) 등 국제기구의 평가 결과가 나오면 식량 지원 규모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유엔은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실시한 북한 식량실태 조사결과 보고서에서 “홍수와 한파 등이 북한의 식량사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600만명 이상을 위해 외부 식량 43만t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이 취약하며 오는 5∼7월 북한의 식량이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세계식량기구(WFP)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유니세프(UNICEF) 등이 북한 요구로 실시한 조사를 종합한 것이다.

유엔이 공식적으로 북한 식량 상황을 밝힘에 따라 미국은 이를 평가·분석한 뒤 지원 규모와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가 유엔 보고서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를 살펴본 뒤 판단하겠지만 결국 지원 규모와 시기가 핵심 아니겠느냐”고 말해 식량 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미 행정부 내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은 분배 투명성 문제로 2009년부터 중단됐다.

미 행정부는 그동안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인도주의적 문제와 정치적 문제를 분리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마크 토너 국무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대북 식량 지원은 정치와 관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는 현재 한반도 상황과는 별개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하지만 “엄격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한 지원”(존 케리 상원 외교위원장)이라는 투명 배분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식량 지원 검토 및 결정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 과정에서 북한과 대화할 가능성이 높다. 국무부 관계자는 “식량 지원을 하려면 북한과 대화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열어 놨다. 이 경우 미 국무부와 뉴욕의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등 당국자 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