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측근, 정전·안전한 출국 타진… 중재자 통해 서방에 메시지

입력 2011-03-26 00:35

다국적군을 상대로 결사항전을 외쳤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한쪽으로는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카다피 정권과 오랫동안 사업관계를 유지한 이집트 출신 사업가 로저 타므라즈에 따르면 카다피의 장남 사이프 알이슬람과 처남 압둘라 세누시 등 카다피 사절단이 오스트리아 영국 등에 있는 중재자를 통해 서방에 정전(停戰)과 카다피 일가의 안전한 출국 등을 타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과 유럽 각국 관계자들은 이 사실을 알고 있지만 신중한 자세다. 다국적군의 군사작전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카다피 측 일부가 ‘플랜B’를 준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카다피가 백기를 들었다는 의미로 해석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리비아 사태를 조사 중인 국제형사재판소(ICC)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수석검사는 “조사 결과 카다피 정권 인사들이 반인류 범죄 혐의로 기소될 것으로 100% 확신한다”고 단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모레노 오캄포 검사는 트리폴리, 벵가지 등에서 정부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무차별 발포한 사건 6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군이 반정부 세력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앞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ICC는 5월 유엔 안보리에 조사 내용을 보고할 예정이다.

25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 회의에는 리비아 반정부 세력 측이 참석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반정부 세력 측 무스타파 게리아니 대변인은 “회의에 대해 들은 바 없다. 우리는 처음부터 협상은 없다고 했다”면서 “카다피가 할 일은 공격을 멈추고 리비아를 떠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4일 유엔 안보리에 출석해 “양측이 회의에 함께 참석해 정전과 정치적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지만 반정부 세력은 대화의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석유와 천연가스 판매 수입이 카다피 정권에 들어가지 않도록 추가 제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