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30㎞ 주민도 피난 권고… “방사능 오염 레벨 6 수준”
입력 2011-03-25 21:40
일본 정부가 옥내 대피를 지시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반경 20~30㎞ 지역의 주민에 대해서도 사실상 피난을 권고했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2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이 지역 기초자치단체에 주민들의 자발적인 피난을 촉구토록 하는 한편 앞으로 정부의 피난 지시에 대비해 속도를 더 내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이날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는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으로 볼 때 심각한 사고(serious accident) 수준인 ‘레벨 6’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1986년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 사고(레벨 7) 바로 아래 단계다.
신문은 일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난 12일 이후 지금까지 누출된 방사성 물질 요오드(I) 양을 추정한 결과 시간당 방출량이 3만~11만 테라베크렐(TBq)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레벨 5’로 잠정 평가한 경제산업성 원자력안전보안원이 사고 등급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후쿠시마 원전 부근 토양 오염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지역에선 체르노빌 사고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40㎞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다테 마을의 경우 토양 ㎏당 16만3000Bq의 세슘 137이 검출됐다. ㎡당으로 환산하면 326만Bq이다.
체르노빌 사고 땐 ㎡당 55만Bq 이상의 세슘이 검출됐던 지역의 주민들이 강제이주 대상이었다. 이다테 마을의 경우 체르노빌 강제이주 대상이었던 지역보다 방사능 오염 정도가 6배나 된다는 계산이다. 전문가들은 세슘의 반감기가 30년이나 돼 후쿠시마 부근 토지는 장기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사성 물질 누출에 따른 2차 피해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도쿄도 당국은 지난 24일 도쿄에서 연구용으로 재배하는 채소 고마쓰나(소송채)에서 기준치의 1.8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 세슘이 처음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본산 농산물이나 식품 수입을 중단한 국가도 EU 중국 대만 러시아 호주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등 계속 늘고 있다. 일부 상선들은 도쿄항 입항을 꺼려 물류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23일 도쿄를 출발해 장쑤성 우시(無錫)공항에 도착한 일본인 관광객 2명에게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돼 병원 치료 뒤 보냈다고 밝혔다. 또 ‘비정상적인’ 수준의 방사선이 검출된 한 일본 상선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항 입항이 보류되기도 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