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1주년] 이념갈등에 ‘진실공방’ 아직도 진행형

입력 2011-03-25 22:10

④ 소모적 국론 분열 이제는 그만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진실 논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잠시 수면 아래로 잦아드는 듯했으나, 1주년을 맞아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정부는 24일 ‘천안함 피격 사건 백서’를 발간하고,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천안함이 피격됐다는 지난해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재확인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3일 발표한 전국 성인남녀 1000명 대상 여론조사에서도 ‘천안함 피격 사건이 북한의 도발에 의해 발생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80.0%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부 발표를 신뢰하는 국민이 절대 다수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24일 국회에서 열린 ‘천안함 1주기 토론회’에 참석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서재정 교수는 “증거물을 보면 파편도, 충격파도, 버블효과도, 물기둥도 없었다. 따라서 근접한 외부의 수중 폭발은 없었고 합동조사단의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을 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와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조국 서울대 교수,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시민사회 인사 97명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안타깝게도 천안함 사건의 진실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며 “침몰 원인에 납득할 만한 추가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공방이 뜨겁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우리는 반드시 북한에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고 했고,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명백한 증거 앞에서도 북한 소행임을 부인하는 거짓선동부터 거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정부는 수많은 의혹에 어떤 설득력 있는 답변을 내놓지도 못했다”고 비판했고,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제라도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천안함도 북한이 침몰시켰을 거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의 잦은 말 바꾸기와 북한의 일관된 부인, 북한을 주범으로 인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 등을 들어 결정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특히 합조단 조사 결과에 대한 일부 과학자들의 의혹 제기가 그치지 않고 있다. 어뢰에 쓰인 ‘1번’ 글씨가 폭발 시 타서 없어지지 않은 이유, 천안함과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흰색 알루미늄 흡착물이 폭발물인지 산화물인지, 수중 폭발이 있었는지 여부 등이 논란이다.

1년째 이어지는 천안함 진실 논란은 갈등과 이견을 풀어 합의를 이뤄가는 우리 사회의 역량이 낙제점에 가깝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정치학자 박상훈(출판사 후마니타스 대표)씨는 “천안함 사건이 KAL기 폭파 사건처럼 오랫동안 논란거리가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집권자들이 안보 문제를 국내 정치에 활용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반대편에서는 정부 발표를 무작정 불신하려는 모습이 발견된다”고 지적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