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1주년] “의혹제기 교수들과 맞짱토론이라도 하고 싶어”

입력 2011-03-25 19:18


④ 소모적 국론 분열 이제는 그만

“시간은 진실의 편이라고 믿습니다.”

천안함 피격 사건을 조사한 국방부 민군합동조사단 공동단장을 맡았던 윤덕용(71·전 KAIST 총장) 명예교수는 25일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북한의 소행을 입증하는 증거로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1㎜ 정도의 작은 페인트 조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어뢰 추진체가 전시됐을 때 네티즌들이 찍은 사진 가운데 추진체 위에 작은 녹색 페인트가 있는 장면이 있었다”며 “이는 이 어뢰 추진체가 북한제 CHT-02D라는 것을 입증해준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확보해 공개한 북한 어뢰 CHT-02D의 실물 사진에 따르면 어뢰의 본체가 녹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었고, 같은 색 페인트가 추진체에서 발견됐다는 것은 폭발 과정에서 추진체에 달라붙었기 때문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더욱이 녹색 페인트는 합조단이 조사할 때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어서 국방부 발표가 진실임을 웅변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천안함이 피격된 지점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 역시 국방부 발표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쌍끌이 어선이 수거한 잔해들이 피격 지점을 정확히 알려준다”고 했다. 윤 교수는 천안함 피격 당시 함수와 함미는 부력과 조류에 의해 밀려 내려갔지만 작은 조각들은 거의 피격 지점 해저에 가라앉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쌍끌이 어선이 어뢰 추진체를 발견한 인근에서 군용망원경과 천안함 내에서 사용하던 전자레인지 조각, 거의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고 사용자 이름이 적혀 있는 PC도 함께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천안함 피격사건 중간조사 결과 발표일(지난해 5월 20일)을 닷새 앞두고 어뢰 추진체가 발견된 데 대한 의혹에는 “쌍끌이 어선을 뒤늦게 투입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쌍끌이 어선이 해저를 샅샅이 훑을 경우 해저 일부분이 손상돼 ‘사건 현장’이 훼손될 가능성이 컸다. 이 때문에 합조단은 쌍끌이 어선 투입을 마지막 수단으로 생각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선체 손상 상태나 화약성분 분석으로 어뢰 공격에 의한 것이 분명하다는 확신을 가졌지만, 워낙 많은 의혹들이 제기돼 확실한 물증이 필요했다”며 “어뢰 추진체 발견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정말 나올 줄은 몰랐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는 여전히 천안함 침몰 원인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미국 버지니아대 이승헌 교수나 존스홉킨스대 서재정 교수와 맞짱 토론이라도 하고 싶다고 심경을 밝혔다. 윤 교수는 “수차례 함께 만나 토론해보자고 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뢰 추진체에서 검출된 알루미늄 산화물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이 교수 주장에 “실험 환경이 천안함 상황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천안함 피격 당시 적어도 3000도 이상의 고열이 순식간에 발생하는 상황이었는데 이 교수는 1000도 정도에서 실험했다”며 “다른 조건에서 발생하는 산화물의 성분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과학자의 생명은 지적인 정직성”이라며 “진실을 왜곡해 여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