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만을 위해”… 세계적 브랜드, 맞춤 화장품 개발 붐

입력 2011-03-25 17:30


“높은 심미안을 지닌 한국여성들이 만족할 만한 제품 만드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일본 화장품 브랜드 시세이도 국제 영업부 오카자와 유 부장은 22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 워커힐 비스타 홀에서 열린 ‘하이드로 액티브 리페어링 포스’ 런칭 행사장에서 “이 제품은 한국 여성들을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140년 역사를 지닌 브랜드로 85개국에서 판매하고 있으나 특정 국가를 위해 제품을 개발·출시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시세이도는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년간 1000명이 넘는 한국 여성을 연구했다. 탤런트 신세경을 모델로 기용한 이 제품은 5월 출시 예정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브랜드들이 우리나라 여성들을 위해 개발한 제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라로슈포제는 지난 16일 한국 여성들을 위해 개발한 유비데아 BB를 내놓았다. 해외 유명 패션쇼 메이크업을 맡고 있는 맥이 이달 초 선보인 립스틱 라인 ‘쉰 수프림’의 총 14가지 색상 중 4가지 색상이 한국여성들을 위해 개발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여성 피부톤에 맞게 개발한 리퀴드 파운데이션 ‘스튜디오 픽스 플루이드 SPF15 파운데이션’ N18호를 출시했다. 색조전문브랜드 바비 브라운에서도 한국지사의 제안에 따라 제작한 비비크림을 4월 내놓을 계획이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 여성만을 위해 출시된 제품이 여러 가지 있었다. 랑콤의 UV 엑스퍼트 BB 베이스는 우리나라 BB 제품 분석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원래 제품명은 인스턴트 화이트닝이었으나 우리나라 여성들에게 익숙한 BB 베이스로 제품명까지 바꿨다. 베네피트는 2010 풀 피니시 립스틱에 한국 여성들을 위해 딸기우윳빛을 추가했다. 크리니크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에센스 리페어웨어 레이저 포커스를 선보였다. 이 회사는 2005년부터 한국 피부과 의사 4명으로 구성된 ‘더 마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여성들이 특별대우를 받는 것은 왜일까? 크리니크 브랜드 제너럴 매니저 차현숙 상무는 “한국 소비자들은 구매력도 있지만 요구 조건이 까다롭고, 심미안이 높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국내 소비자들은 해외 브랜드라고 무조건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국내 진출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들이 한국 연예인 모델을 쓰는 것도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수준에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모레 퍼시픽 홍보팀 김효정 부장은 “우리 소비자들은 브랜드에 현혹되지 않고 제품력으로 상품을 고를 만한 심미안과 정보력을 갖추고 있는 얼리어답터”라고 평했다.

구매력으로만 본다면 아직 한국 시장은 일본이나 중국 시장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기존 제품에 만족하지 않고, 우리 피부에 좀 더 잘 맞는 것을 요구하는 능동적 소비자여서 특별대접을 받는 것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깐깐한 한국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고 해서 한국 시장을 테스터 마켓으로 꼽았다. 이제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화장품을 만들게 하는 오트쿠틔르(맞춤) 마켓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