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北 전단 살포하되 떠벌리지 말기를
입력 2011-03-25 17:36
대북 단체들이 지난 18일 철원에서 전단을 북한으로 날려보내려 시도했으나 현지 주민들의 실력 저지로 무산됐다고 한다. 북한이 ‘반공화국 심리전 발원지를 조준 격파 사격하겠다’고 협박한 뒤 접경지역 주민들이 전단 살포에 반대·항의하기는 했으나 실력으로 저지한 것은 처음이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대북 전단을 둘러싼 남남갈등의 심화야말로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주민들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야만스러운 연평도 포격 사태에서 보듯 혹시라도 북한의 협박이 현실화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은 어쩔 수 없을 터다. 아울러 임진각 같은 경우 관광객이 줄어 상인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니 생계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북한 협박에 굴복해 북한 의도대로 놀아나는 꼴’이라고 주민들을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이유다.
문제는 그렇다고 전단 살포를 중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외부 세계의 정보로부터 완전히 차단돼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가는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전단은 바깥세상과 북한 체제의 실상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정보원(情報源)이다. 그런 만큼 그 위력도 대단히 크다. 전단을 보고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껴 탈북을 결심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도 적지 않거니와 매우 격렬하게 반발하는 북한 당국 반응이 이를 반증한다.
실제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현재로서 그만한 수단도 없다. 중동·북아프리카를 휩쓸고 있는 민주화 열풍의 중심에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있듯 북한에서는 전단이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다. 따라서 대북 전단 살포는 계속돼야 한다.
다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고, 그들과 마찰을 피하는 방식으로 할 필요가 있다. 가령 무슨 ‘행사’ 등의 이름을 붙여 떠들썩하게 하지 말고 최대한 조용히, 또 가급적 말썽이 일어나지 않을 장소에서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주민들도 전단 살포라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삼가는 게 옳다. 대북 전단 살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 주민들을 돕는 것임을 국민 모두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