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계 드러낸 상하이 스캔들 조사
입력 2011-03-25 17:38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상하이 스캔들을 ‘심각한 수준의 공직기강 해이 사건’으로 결론지었다. 해외 공관 근무자들의 기강 해이로 인한 자료 유출, 비자 발급 이권, 남녀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엮인 사건이지 중국 여성이 국가 기밀을 노린 스파이 사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총리실은 김정기 전 총영사를 비롯해 상하이 총영사관 전·현직 영사 등 10여명에 대한 징계와 해외 공관의 문제점에 대한 강도 높은 제도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정부 합동조사단 10명이 현지에 파견돼 조사를 벌인 것치고는 싱거운 결론이다. 스캔들 핵심 인물인 덩신밍씨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데서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제기된 의혹은 대부분 그대로 남았다. 김 전 총영사가 보관하던 정치인 연락처가 어떻게 덩씨 카메라에 찍혔는지, 비자 청탁 등 편의를 봐준 대가로 금품이 오가지 않았는지 등은 전혀 밝혀내지 못했다.
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유출된 자료는 모두 7종 19건으로 조사됐다. 총리실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으나 외교관 신상정보와 공관 비상연락망은 업무와 관련해 악용될 우려가 있어 기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일부 영사들은 이를 신분도 불확실한 중국 여성에게 제공했고 부적절한 관계까지 맺어 자중지란을 일으켰다. 총리실은 ‘일부 영사들의 개인적 성향’ 때문이라고 설명했으나 공관 전체가 중증의 기강해이 상태였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총리실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지 않기로 한 것은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 인사, 정보기관 인사, 유력 부처 공무원들이 두루 관련됐기 때문은 아닌가.
이번 스캔들이 스파이 사건은 아닌 것으로 판명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스파이 혐의가 드러나 외교 문제로 비화됐더라면 상대국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우리 해외 공관의 허술한 실태가 국제적 화제가 됐을 터다. 외교부는 이번 일에 대해 낙하산 공관장이나 타 부처 출신 주재관의 문제라는 방관자적 인식을 갖고 문제를 키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외교부에서 나간 해외 공관 근무자부터 복무기강을 확실히 세우는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