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원 눈치 보며 환자 부담만 늘려서야

입력 2011-03-25 17:35

정부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환자의 약값 인상을 강행한다고 한다. 엊그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소위원회는 대형병원을 이용하는 경증 환자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행 30%에서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50%, 종합병원은 40%로 인상한다는 것이다. 단, 병원급 의료기관과 동네의원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지난 1월 나온 인상 폭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환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했다는 점에서 비판 받아 마땅하다.

건정심은 당초 적용 대상부터 오락가락했다. 처음엔 대상이 감기 등 경증 환자였으나 논의 과정에서 대형병원 전체 환자로 확대됐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경증 환자로 바뀌었다. 물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해결돼야 할 문제다. 그런 면에서 경증 환자로 대상을 국한한 건 그나마 낫다. 그렇지만 이걸로 쏠림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별로 없다. 오히려 저소득층의 의료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증 질환 개념도 모호해 문제의 소지가 많다.

또 병원 측에 대한 조치는 아무것도 없다. 경증 환자를 받는 병원 측에도 수가를 깎는다든지 하는 불이익이 있어야 대형병원 이용률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의료기관 눈치를 봐서 그런지 일언반구도 없다. 게다가 근본 대책은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이 대형병원의 무분별한 진료행위 등인데 규제책이 전혀 없다. 수익을 내기 위한 의료기관들의 과잉경쟁으로 불필요한 진료·검사나 중복 촬영 등이 얼마나 남발되고 있는지 알고 있음에도 정부는 눈을 감고 있다.

문제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온다. 비효율적인 의료공급체계에 대해선 메스를 전혀 대지 않고 의료소비자인 환자에게만 비용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땜질식 수술을 하다가는 큰 병이 된다. 아울러 동네의원 등 1차 의료기관의 신뢰 확보를 포함한 의료전달체계의 구조적 개선도 필요하다. 환자 부담만 가중시키는 이번 방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와 병원단체 모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고집을 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