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반정부군 임시정부 수립… 서방과 소통

입력 2011-03-24 19:04

리비아 사태 해결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반정부 세력이 지상전에서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 측에 승리를 거둘 수 있느냐다. 반정부 세력은 다국적군의 공습으로 카다피군의 발이 묶이자 임시정부를 세우는 등 힘을 키우고 있다.

◇임시정부 수립=리비아 반정부 세력은 22일(현지시간) 벵가지에서 임시정부를 수립했다. 임시정부는 기존 국가위원회를 해산하지 않고 의회 역할을 맡는다. 행정·입법부를 다 갖춰 명실상부한 국가의 모습이 됐다.

임시정부 요직엔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전문가들이 선임됐다. 마흐무드 지브릴(59) 총리는 미 피츠버그대 박사 출신이다. 23일 재무·상업위원장에 임명된 알리 타로니(60)는 수십년간 미국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다.

임시정부는 서방과의 소통이 원활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파리에 파견된 리비아 국가위원회 특사 마수르 사이프 알 나스르는 “리비아의 미래는 세속주의와 민주주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스스로 카다피 이길 수 있나=문제는 임시정부의 전투력이다. 무기는 대부분 소총이고 탱크도 많지 않다. 전투병은 제대로 훈련받지 못한 하층계급의 젊은이들이다.

로이터통신은 지중해 연안 중부 도시 아즈다비야에서 5㎞ 떨어진 모래 언덕에서 반군을 만난 뒤 이들을 오합지졸로 평가했다. 옷차림은 가죽 재킷과 축구 티셔츠 등 제각각이고 지휘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다피 측의 특수부대와 정면으로 맞붙을 경우 압살당할 가능성이 크다.

임시정부도 전력의 약세를 인정한다. 타로니는 “잘 조직돼 있지 않지만 억압받았던 이들이 반정부 투쟁을 이끌어왔다. 여전히 이들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필요한 건 무기=돈은 당장 부족하지 않다. 벵가지의 은행에 현금이 쌓여 있다. 원유 생산지역 일부가 임시정부 세력 아래에 있는데다 서방 국가들이 신용을 약속해 앞으로도 비용 조달엔 큰 어려움이 없다. 유엔도 24일부터 벵가지에 담요·콩·식용유 등 구호물자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충분한 무기다. 특사 알 나스르도 공개적으로 서방에 무기 지원을 요청했다. 다국적군이 리비아 영토에 들어와 지상전을 벌이는 건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궁극적으론 전면전보다 카다피가 스스로 물러나길 희망한다. 국가위원회 알리 제이단 유럽특사는 “카다피가 죽는 걸 원하지 않고 국제형사재판소나 리비아 법원에서 재판받길 바란다”고 했다. 카다피에게 출구를 열어놓고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