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 선진화 방안] “기존 축산농 폐업하란 말이냐”… 대부분 농가 막대한 시설비 부담에 부정적

입력 2011-03-24 18:53

정부 대책 중 특히 축산업 허가제 등에 대해 축산농가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기존 축산업자는 폐업하라는 것이냐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백신 접종 비용 부담까지 생기면서 급격한 비용 증가를 우려한다. 비용 증가는 생산원가 상승, 소비자 부담 전가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양돈협회 전남협의회장이면서 전남 무안군 일로읍에서 돼지 3000마리를 사육하는 신규태(61)씨는 24일 “허가제에 맞는 시설 구축비용 등에 대한 논의와 대안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허가제를 실시한다면 기존 축산업자에게는 폐업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제주시 해안동 돼지농장주 김모(48)씨는 “제주도는 지하수 오염 우려 때문에 가축을 도살하거나 매몰 처분할 수조차 없다”며 “그런데도 축산농가를 허가할 때 살처분 대비 매몰지를 확보토록 한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에서 한우 180여 마리를 키우는 서육수(55)씨는 “대규모 농가부터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가뜩이나 어려운 축산농가에 막대한 시설비를 떠넘겨 결국 축산업 전체를 수렁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화성시에서 소 40여 마리를 키우는 최모(63)씨도 “각종 부대시설을 갖추는 데만 많은 비용이 드는데 비용 충당도 문제”라고 걱정했다.

정부 정책을 믿지 못하거나 잘 몰라 속을 태우는 농가도 있다. 대구시 동구에서 소 270마리를 사육하는 정모(49)씨는 “축산농가를 보호하고 전염병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알맹이는 없고 겉만 그럴듯한 정책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농민들은 축산업 선진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충북 청원군 오창읍에서 돼지 2000마리를 키우는 장모(59)씨는 “구제역으로 돼지 1200마리를 살처분한 경험이 있어 정부가 추진하는 면허제에 적극 찬성한다”고 말했다.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서 한우 600여 마리를 사육하는 김모(53)씨도 “사육 환경이 현대화되면서 전염병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국종합=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