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하라는 대로 “예, 예” 몸 낮춘 금융지주 왜?

입력 2011-03-24 21:18


금융지주사들이 금융당국에 바짝 엎드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수합병(M&A)의 성과를 위해 속도전을 내는가 하면 감독책임자의 말 한마디에 충실히 따르는 모양새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특히 금융사의 최고경영진(CEO) 교체기를 맞아 금융당국 눈치보기가 더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예상외로 빠른 우리금융저축은행 영업시작, 왜?=우리금융지주는 25일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을 시작한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월 14일 영업정지에 들어간 옛 삼화저축은행의 새로운 상호다. 문제는 영업개시 속도다. 우리금융은 2월 중순에 삼화를 인수했다. 인수 후 한 달 만에 단장을 마치고 영업을 시작하는 셈이다. 삼화의 부실을 털어냈더라도 재무 상태 등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고려하면 재영업 시기가 이르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의 이러한 속전속결 방침 뒤엔 정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24일 “삼화를 시작으로 저축은행들의 잇단 영업정지 이후 쏟아지는 책임론에 금융당국으로서는 관련 성과물을 빨리 내놓으려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추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저축은행 M&A의 여건 조성을 위해서 우리금융 측을 채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당국은 우리금융저축은행의 영업 시기를 3월 초로 제안했다가 준비 미흡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달 16일에 재개토록 다시 요구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로 인해 삼화저축은행 구조조정 등도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선 160여명의 삼화저축은행 직원 중 정규직은 모두 계약직으로 돌린 것으로 안다”며 “정부 독촉에 일단 문을 연 뒤에 업무 평가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M&A를 추진할 계획이다.

◇감독당국에 고개 숙인 금융지주사 CEO=최근 선임된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도 금융당국의 방침에 곧바로 반응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신한금융은 24일 새로 취임한 한동우 회장 명의로 대국민사과 문구를 실은 신문 광고를 게재했다. 광고는 “국민 여러분께 너무나 큰 걱정을 끼쳐 드렸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란 문구로 시작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신한의 내부 파벌 사태와 관련, “은행지배구조 잘못으로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시점에서 즉시 사죄하라”며 “당국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경고한 데 대한 답이라는 해석이다.

은행장 등 CEO 인선을 마무리한 우리금융은 정부의 민영화 요구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과 이순우 우리은행장 모두 내정과 동시에 “민영화 추진에 매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지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도 취임 후 산은 민영화와 관련해 “감독은 금융당국이고 산은은 배우”라며 “정부가 대주주로서 결정하면 그에 따라 할 일을 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