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에 눈 멀어 등재비용 20배 ‘바가지’… 지자체등 대행업체에 속아

입력 2011-03-24 18:33

부산 사하구와 울산 울주군, 강원도 양구군, 농어촌공사 등 지방자치단체와 준정부기관이 세계 최대, 세계 최장이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수억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경찰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관련업체 대표를 구속하면서 밝혀졌다.

24일 경기도지방경찰청 제2청에 따르면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은 세계 최장 새만금방조제를 기네스북에 등록해준 대가로 기네스 심사 신청 대행업체에 1억8500만원을 건넸다. 그러나 실제 기네스 심사신청과 등재비용은 792만원이어서 공사는 원가의 20배가 넘는 덤터기를 쓴 셈이다.

울산 울주군은 지난해 제작한 높이 246㎝의 국내 최대 옹기가 세계 최대 옹기로 등록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9000만원을 줬다. 강원도 양구군은 2009년 지름 4m 해시계를 세계 최대 기록으로 인증받는데 1억3800만원을 썼고, 부산 사하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닥분수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 3600만원을 들였다.

경찰은 이날 영국 ‘기네스 월드 레코드사’ 한국지사를 사칭해 5억여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로 H기록원 대표 김모(42)씨를 구속하고 기록관리실장인 김씨의 아내 이모(42)씨와 사무총장 민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국내에는 한국기네스협회가 ‘기네스 세계 레코드(Guinness World Records)’와 계약을 맺고 기네스북 등재를 대행해 왔으나 인증서를 남발하다 2001년 세계 기네스에 의해 직권해지 당했다. 현재 기네스 심사신청은 개인도 할 수 있으며, 심사신청에 400파운드(약 72만원), 등재가 결정되면 등록비로 4000파운드(약 720만원)를 더 내면 된다.

의정부=김칠호 기자 seven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