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넘은 해병대 구타… 전치 6주 중상입히고 “작업중 부상” 허위 보고
입력 2011-03-24 21:21
해병대에서 구타·가혹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4일 해병대 모 연대급 부대를 직권 조사한 결과 청소불량과 암기소홀, 군기유지를 이유로 가혹한 얼차려와 구타뿐 아니라 ‘악기 바리’로 불리는 음식물 강제로 먹이기 등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해병부대 내 구타가 이뤄지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하고 직권조사를 벌여 이를 확인했다.
인권위는 해당 부대 사단장·연대장에 대한 경고 및 관련자 11명의 징계조치를 해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다.
B선임병은 지난해 8월 “군기를 잡겠다”며 A이병을 이층 침상에 매달리게 한 뒤 복부와 가슴 등을 때려 늑골과 흉골을 부러뜨리는 중상을 입혔다. A이병이 고통을 호소하자 선임병들은 후임병들에게 “축구를 하다 다쳤다”고 진술하도록 강요했다.
C이병은 선임병의 구타로 늑골 골절상을 입어 전치 6주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분대장 등 지휘관들은 “작업 도중 다쳤다고 보고하라”며 사건을 축소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이 연대 소속 일부 선임병은 ‘청소 상태가 불량하다’ ‘선임 기수를 외우지 못한다’는 등의 이유로 후임병들을 수시로 때렸다. 한 사병은 빵 5개를 정해진 시간에 먹지 못했다는 이유로 폭행을 당했다.
간부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도 사단장에게 알리지 않거나 일을 하다 다친 것처럼 허위로 보고하도록 하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 심상돈 조사국장은 “가해자 대부분이 후임병 시절 유사한 행위를 당했고 이를 견디는 것을 ‘해병대 전통’으로 알고 있었다”며 “구타를 묵인하는 병영문화 변화와 지휘감독 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