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초단타꾼 시세조종 혐의 포착… ELW 불공정 거래 의혹 ‘일파만파’

입력 2011-03-24 21:23


검찰이 이틀 연거푸 주요 증권사 10곳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주식워런트증권(ELW) 불공정 거래 의혹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이성윤)는 24일 현대·대신·유진·LIG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5개 증권사 본점에 수사관들을 보내 ELW 거래내역과 회계장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각종 전산자료를 확보했다. 23일에는 삼성·우리투자·HMC투자·KTB투자·이트레이드증권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추가 압수수색에 서울 여의도 증권가는 하루 종일 술렁였다. ‘초단타 매매 전문투자자인 스캘퍼에게 당한 일반투자자가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거나 ‘스캘퍼와 공모한 모 증권사를 겨냥한 수사’라는 등 각종 추측이 나돌았다.

검찰은 ELW 거래 시 스캘퍼들이 시세 조종을 통해 수익을 얻었는지, 증권사가 특정 스캘퍼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는지 등을 수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스캘퍼들이 이들 증권사에 계좌를 개설한 뒤 주식을 사고팔며 작전을 한 정황과 이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 직원들이 공모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ELW는 일정 시점 뒤 개별주식 및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의 상승·하락에 베팅해 적은 금액으로 큰 수익률을 거두는 파생금융상품인데, 스캘퍼들은 초 단위 시간차 매매를 통해 차익을 얻는다. 따라서 이들에겐 자동으로 매매가 체결되는 시스템 트레이딩의 ‘속도’가 관건이다. 이 때문에 일부 증권사들은 최소 억 단위인 거액을 투자하는 이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속도가 빠른 지점 단말기를 제공하거나 수수료를 깎아주는 등 편의를 제공한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캘퍼로 추정되는 개인 계좌는 ELW 시장의 1.8%에 불과하지만 거래대금은 전체 거래대금의 91.2%를 차지할 정도.

한 증권사 ELW 담당자는 “스캘퍼가 워낙 수백억원을 굴리는 투자자라 한 명만 유치해도 위탁매매 점유율을 올릴 수 있어 증권사가 속도 좋은 서버를 제공하는 일은 종종 있어 왔다”면서 “VIP(우량고객) 유치 차원에서 상당수가 제공한 서비스라 특혜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증권사들이 합법적인 범위를 벗어난 특혜를 제공하거나, 스캘퍼와 짜고 시장을 교란해 부당 이득을 챙겼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ELW 시장은 지난 2005년 12월 개설된 이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가 상승에 힘입어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지난해엔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1조6000억원에 달해 세계 2위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스캘퍼 등에 의한 과도한 투기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ELW 투자 대부분이 헤지(위험분산) 거래보다는 단기매매 차익 목적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파악돼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건전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2009년 ELW 시장에서 스캘퍼는 1000억원대의 이익을 취한 반면 일반 투자자는 5000억원대 쪽박을 찬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ELW 시장에서 일반 투자자가 스캘퍼를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기정사실일 정도다.

검찰 관계자는 “확보한 압수물을 토대로 구체적인 혐의 사실을 파악한 뒤 증권사 관계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Key Word : ELW

ELW(주식워런트증권·Equity Linked Warrant)=개별주식 및 주가지수 등의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한 미래의 시점(만기)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사거나(콜 ELW), 팔(풋 ELW) 수 있는 권리를 나타내는 증권. 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일반 투자자도 기존 주식 계좌를 이용해 주식과 동일하게 매매할 수 있다.

Key Word : 스캘퍼

스캘퍼(Scalper)=컴퓨터 시스템 트레이딩을 통해 하루 최소 100차례 이상 매매하거나 100억원 이상 거래한 계좌를 보유한 초단타 매매 투자자. 주식 보유시간을 짧게는 몇 초, 보통 2∼3분 단위로 짧게 잡아 하루 수백 차례 주식 거래를 하며 박리다매식으로 적은 차액을 많이 얻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