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의 타파” vs “비례대표 퇴색”… 석패율제 공방

입력 2011-03-24 21:28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4일 지역주의 완화를 위해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의원제’라는 한국형 석패율 제도 도입을 제안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대체로 취지에 공감한다는 반응이나 군소 정당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자칫 비례대표 제도의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어 실제 도입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란=선관위 김용희 선거실장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치관계법 토론회에서 “현행 선거 제도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지역주의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 제도를 제안했다. 한 후보자를 지역구와 비례대표에 중복 등록할 수 있도록 해 소속 정당의 지지가 취약한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자가 비례대표로 구제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나라당은 광주에서 각각 다른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A씨와 B씨, C씨를 비례대표 명부 6번에 함께 공천했다. 이들은 지역주의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모두 민주당 후보자에게 졌다. 이들의 지지율은 각각 A씨 15%, B씨 12%, C씨 8%. 총 유효투표의 10% 이상 득표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C씨는 일단 탈락이다. A씨와 B씨의 득표수를 해당 지역구의 평균 유효득표수로 나눈 ‘평균유효득표수 대비 득표율’을 계산해 보니 A씨가 B씨보다 높게 나왔다. 한나라당의 비례대표 당선권이 10번까지라고 하면 6번을 받은 A씨는 비례대표 당선이다. 다만 선관위는 각 광역 시·도별로 지역구 당선인 수가 해당 시·도 지역의 의석수 총수의 3분의 1이 안 된 정당으로 한정했다. 비례대표 명부 순위는 홀수마다 여성을 배치하는 현행 규정을 지키되 순서 등은 각 정당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도입시 문제점은=현행 비례대표 정수를 유지하며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비례대표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소외계층이나 직능단체 대표 등 다른 비례대표 후보자들이 탈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론자로 참가한 박찬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개혁이라고 평가받으려면 의원정수 299명을 유지하되 지역구 수를 축소하고 비례대표 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지역구 수를 대폭 줄이기보다는 의원 정수를 늘리려 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또 혜택이 한나라당의 호남 지역 출마자 일부, 민주당의 영남 지역 출마자 일부로 한정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현 상태라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역 나눠먹기가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특히 선관위는 각 정당이 후보자를 비례대표 명부에 등재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구체적 지침을 내리지 않았다. 따라서 각 정당이 이들을 후순위로 배치할 경우 효과를 못 볼 수도 있다. 또 일본처럼 중진 의원들 구제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많다. 특히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겸할 수 있는 지역이 특정되지 않아 서울 등 수도권에서 특정 정당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 취지에 어긋난 방향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선관위는 국민완전경선제 도입을 검토하면서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이 이를 실시할 경우 예상되는 관리비용 250억원을 국가가 부담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5일 2차 토론회를 열고 논란이 되고 있는 정치자금 제도 개선안과 인터넷 선거운동 상시화, 후보자 간 토론회 확대 등의 내용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