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나는 가수다’ 존폐 기로… 김건모 “죄송” 하차, 당분간 결방 불가피

입력 2011-03-24 21:08

MBC ‘우리들의 일밤’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담당 PD가 교체되고, 탈락이 번복돼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건모는 하차했다. 심지어 코너 자체가 당분간 결방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프로그램 기획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건모는 지난 23일 밤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소속사 미디어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도전을 받아들여 물의를 빚었기에 시청자와 청중 평가단에 죄송하다”며 “소속사 회의 결과 이쯤에서 프로그램 출연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나는 가수다’는 내로라하는 가수들이 가창력 승부를 벌인다는 것만으로도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지난 20일 첫 탈락자로 선정된 김건모의 당락이 번복되면서 시청자를 우롱했다는 뭇매가 쏟아졌다. MBC는 23일 프로그램 간판 PD인 김영희 PD를 경질했고, 출연 가수가 출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기에 이르렀다. 지난 6일 첫 방송 이후 수준급 공연에 대한 찬사를 받았던 프로그램이 방송 3주 만에 만신창이가 돼버린 것이다.

김건모는 “난 인터넷을 안 봐 내가 어떤 입장에 처한지 모른다. 네티즌도 내가 빠지는 게 좋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야 더 이상 얘기가 안 나온다”며 “탈락해 창피도 당해보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예고된 결과라고 말한다. 자존심 강한 정상급 가수들 가창력에 등수를 매기는 것 자체가 위험한 발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송 첫 회가 나간 뒤 만났던 가수 A씨는 “함께 10년 넘게 활동한 동료들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MBC는 프로그램이 재정비될 때까지 최장 한 달은 결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일단 27일에는 지난 2주간 녹화한 2회 분량을 한꺼번에 편성한 ‘나는 가수다’ 특집을 방송할 계획이다. MBC는 김 PD 후임으로 ‘놀러와’를 연출해온 신정수 PD를 선정했다.

MBC 안우정 예능국장은 “이번주 2회 분량을 내보내고 이후 얼마동안 방송이 못 나갈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출연 가수를 전면 교체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가수 본인들이 계속 나오겠다면 좋지만 안 나오겠다고 하면 강제로 출연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