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안사건 수사도 못하게 한대서야
입력 2011-03-24 17:47
대학생 연합 학술단체라는 ‘자본주의 연구회’ 수사와 관련해 일부 정당과 단체들이 공안정국을 조성하려 한다며 경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자본주의 분석과 비판을 통해 한국사회의 대안을 생산한다는 취지로 2007년 이 단체를 조직한 최호현(37)씨는 이듬해 ‘대안경제캠프’에서 이적성이 뚜렷한 행동 강령을 채택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 등은 순수한 학술모임을 공안사건으로 조작하지 말고 연행자를 석방하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국보법 관련 조항은 권위주의 정부 때 조작사건을 양산하고 표현의 자유를 짓누른 독소조항이라며 이를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야만이라고 항변한다. 공안정국 조성으로 정권 말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과장법이 너무 심한 것 같다. 덮어씌우려는 쪽이 어느 쪽인지 헛갈린다.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수사 결과를 지켜보지도 않고 무조건 조작이라고 주장하고 관련자 석방을 요구하는 것은 수사 방해나 다름없는 일이다. 수사에 항의하는 사람들은 또 대학생들이 모여서 합법적으로 출판되는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것이 어떻게 이적행위가 되느냐고 항변한다. 수사가 독서 행위를 문제 삼는 게 아님에도 논점을 사상자유의 문제로 몰아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대학생 연배를 훨씬 넘은 최씨가 대학생 조직을 만든 것도 석연치 않다고 본 경찰은 2009년부터 수사를 해왔다고 한다.
경찰은 대학생들의 순수 연구모임을 표방하는 이 단체 배후에 ‘새세대 청년 공산주의자 붉은기’라는 단체가 있는 게 아닌지를 의심하고 있다 한다. 대학생 단체라고 해서 순수한 연구 활동에 머물 것으로 예단할 수 없다. 회원들은 순수 학술단체인 줄로만 알았는데 나중에 비밀 이적단체의 하부조직으로 밝혀진 경우는 한둘이 아니다. 비밀조직 운동의 기본 원리인 것이다. 이 때문에 억울한 피해자들이 나올 수도 있다. 수사 당국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때와는 달리 옥석을 잘 구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