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손수호] 구조견의 헌신
입력 2011-03-24 17:47
일본 동북부 지방의 지진피해 현장에 파견됐던 긴급구조대 106명이 엊그제 오후 공군 수송기편으로 돌아왔다. 중앙119구조단 60명, 서울·경기·강원 소방재난본부 44명, 지원인력 2명 그리고 ‘백두’와 ‘마니’라는 이름의 인명구조견 2마리가 주인공이다. 이들은 지난 12일 출국해 14일부터 미야기현 센다이시, 다가조시, 시오가마시에서 차례로 구조 활동을 벌여 시신 18구를 수습하는 성과를 올리고 땀 흘려 복구를 도왔다.
우리나라 구조대를 놓고 처음에는 말이 많았다. 가장 먼저 파견됐다는 의미는 접어둔 채 대원 5명과 구조견 2마리로 구성된 선발대의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불난 집에 소주잔에 찰랑찰랑 물 채워 불 끄러 가겠다는 거냐?”라는 비난이 대표적이다. 구조견 2마리도 미국 12마리, 멕시코 6마리와 비교됐다. 그러나 중앙119가 보유하고 있는 구조견은 그게 전부였다. 9개 시·도에 15마리가 있지만 예방접종 등 사전준비가 돼 있지 않아 비행기를 태울 수 없었다.
더 심한 것은 한국 구조견에 대한 모욕이었다. 구조견으로서 목숨 건 임무를 부여받았는데도 일본에서는 “한국의 개 2마리는 대원들의 음식”이라거나 “도시락을 지참했군”이라고 조롱했다. 한국의 개 식용문화까지 겹치면서 한·일 네티즌 간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구조견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다.
구조견 1마리를 양성하는 데 드는 시간은 4년, 경비는 2억여원이 든다. 엄격한 과정을 마친 뒤 테스트를 통과하는 비율은 20∼30% 정도. 이 때부터 개의 신분이 아닌 구조장비의 자격을 얻는다. 구조견은 구조 조끼를 착용하는 동시에 수색을 시작하는데, 사람에 비해 후각은 2만배, 청각은 2000배 정도나 발달해 있어 실종자 수색에 탁월한 기량을 발휘한다. 스위스 구조견이 사지가 찢어질 정도의 힘든 자세로 건물 잔해를 뒤지는 모습이 신문에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 구조견도 얼마나 열심히 했으면 한 마리가 다리를 다쳐 현지에서 봉합수술까지 받았을까.
이런 사정을 알았는지 구조대 귀환 행사장에 주한 일본 대사가 직접 마중을 나갔다. 무토 마사토시 대사는 “피해가 막대한 센다이 지역에서 헌신적으로 구조 활동을 해준 것에 대해 일본 국민은 잊지 못할 것이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재해현장을 향해 가장 먼저 갔다가 가장 늦게 돌아온 한국 구조대원들의 노고, 그리고 악조건에서도 임무를 성실히 수행한 구조견의 용맹에 박수를 보낸다.
손수호 논설위원 nam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