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덴버신학교 교수가 말하는 한국목회, 신학 그리고 실천이 나아가야 할 길

입력 2011-03-24 16:53

[미션라이프] 현재 세계신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직신학자 정성욱(45) 미국 덴버신학교 교수가 연구 년을 맞이해 고국에서 체류하면서 한국 목회자의 목회와 신학적 성과를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을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세계석학 앨리스터 맥그래스 교수의 지도로 신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미국 킹 칼리지 교수에 이어 2005년부터 덴버신학교 조직신학 교수 및 한인사역 처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서구신학과 아시아(한국) 신학·목회의 통합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적 목회·신학과 신앙이 서구교회의 회복과 갱신에 기여할 수 있다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정 교수는 요즘 한국교회의 새벽기도와 제자훈련, 이광복 목양교회 목사의 종말론 연구 등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알리려 한다.

“신학은 교회, 목회를 위한 것입니다. 서구교회가 학문과 이론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신학의 본래 목적에서 이탈해 교회의 쇠퇴를 가져왔습니다.”

교회를 건강하게 세우지 못하는 신학은 목회의 위기로 이어지고, 결국 사변화된 박물관 교회, 세상과 소통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에 갇힌 목회자들을 양성한다고 정 교수는 분석했다. 서구에서 지난 세기 성경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어났었지만 귀납적 분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해 교회의 정체성 위기를 자초했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기도, 성경 사랑(통독) 등 한국적 정서와 열정, 직관과 연역적 해석을 중시해 복음을 돋보이게 하고 우리의 목회 신학을 전 세계에 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특히 한국 목회자들이 영적, 상징적 해석에 있어 탁월해 문법적, 역사적 해석에 치중하는 서구 목회자들을 압도한다고 평가했다. 까다롭다는 삼위일체론에 대한 이해도 상징주의적 해석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성부, 성자, 성령은 서로 구별되지만 영원히 상호 내주하시죠. 성부 안에 성자와 성령이 내주하고 성자 안에 성령과 성부가 내주하며 성령 안에 성부와 성자가 내주합니다.” 한 하나님의 통일성과 삼위의 다양성, 삼위간의 상호 ‘페리코레시스(내주)’, 삼위간의 ‘코이노니아(교제)’, 삼위간의 ‘디아코니아(섬김)’를 삶에 적용하면 크리스천들이 직면하는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예를 들어 가정 속에서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식 간에 존재하는 다양성을 인정할 때 더 풍성한 ‘하나 됨’을 느낄 수 있다. 서로를 향해 끊임없는 ‘일치로’ 수렴될 때 가정 내 갈등과 폭력, 이혼 등의 현상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목회자는 성경 66권 전체를 통해 성도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본질을 추구하는 목회를 통해 우리 안의 거품을 거둬내고 고난의 십자가를 지겠다는 결단이 요구된다고 했다. 또 십자가의 영성, 예수님의 재림에 대한 종말론적 신앙을 회복하고 예수 중심의 설교 운동, 삶의 모든 영역을 기쁨으로 받아들이는 운동 등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물질 나눔을 들었다. “영성이 물성에 압도되면 곤란합니다. 모든 크리스천은 단순한 삶(Simple life), 나누는 삶(Sharing life), 섬기는 삶(Serving life)이라는 ‘3S 삶’을 살아야 합니다. 타자를 위해 무엇인가 했다고 생색내지 말아야 합니다. 삼위일체 하나님만 드러나야죠.” 정 교수는 목회자들이 통합적 시각을 갖출 때 정치 경제 경영 역사 등 일반 영역에 대해서도 예언자적 목소리를 발할 수 있다고 했다. 성도들도 신학자적 소양과 목회자적 실천력까지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함태경 기자 zhuanji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