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숙인 돌보는 한국인 代母 김은혜 목사… 16년 섬김에 “당신은 생명의 은인”

입력 2011-03-24 20:28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남중부에 위치한 페이어트빌 멀로니 거리. 이곳에 위치한 뉴라이프미션교회에는 매년 수백 명의 노숙인이 거쳐 가는 쉼터가 있다. 김은혜(59·여·사진) 목사는 이곳에서 예배 인도는 물론 식사와 빨래, 병 치료까지 도맡아 처리한다.

“교회는 1995년 국제결혼에 실패한 한국 여성 노숙인들을 돌보기 위해 시작됐습니다. 미군과 결혼했지만 남편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한 뒤 정신적 충격을 못 이겨 거리를 떠돌던 7명의 한국 여성을 돌보게 됐죠. 2000년부턴 미국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주로 갓 출옥한 전과자나 이민범법자, 정신질환자, 마약과 알코올 중독자들이 오고 있습니다.”

사역은 정부의 지원 없이 한인교회의 도움으로만 운영된다. 아침과 저녁에 규칙적으로 예배를 드리고 공동 작업을 하면서 노숙인들에게 자활 의지를 북돋워준다. 노숙인 중 구직 의지가 있으면 재정을 지원해서라도 취업을 돕는다. 샤워장과 식당이 딸린 76㎡(23평)의 예배당은 13명의 노숙인이 생활하는 숙소이자 교육장이다.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낮은 교육 수준에 가정 문제를 갖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술과 마약에 탐닉하게 되고 사회적으론 범죄자로 낙인찍혀 직장을 잡지 못하죠.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동상으로 다리가 썩어 절단 직전까지 간 분도 있었고, 욕창으로 피와 고름이 줄줄 흘러내리던 사람도 있었어요.”

김 목사는 1979년 미국으로 건너가 81년 예수를 만난 뒤 로스앤젤레스 남가주장로회신학대를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로 들어섰다. 독신인 그는 지금도 고무장갑을 끼고 냄새나는 상처를 닦아내고, 깨진 영혼을 복음으로 싸맨다고 한다. 험하디 험한 이 일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까.

“왜 없었겠어요. 정신이 이상한 노숙인들로부터 수십 번 멱살 잡히고 구타당했어요. 교회도 여러 번 털렸죠. 너무 어려워서 ‘미국인들도 많은데 왜 하필 접니까’ 하고 하나님께 투정도 부렸습니다. 그때 주님은 100년 전 복음을 들고 한국을 도왔던 미국 선교사들의 빚을 갚는 일과 같다고 하시더군요.” 기독교대한감리회 미주특별연회 동남부지방회에 소속돼 있는 그는 지금 쉼터를 넓히는 과제를 안고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목사는 노숙 인생을 탈출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이 말을 들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한다. “당신은 나를 살려준 생명의 은인입니다(You’re my life savior)” 그는 이달 말 미국으로 돌아간다(한국 연락처 02-854-2357, 미국 연락처 1-910-864-4678).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