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 이게 말이 되나?
입력 2011-03-24 18:35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가려내는 것, 과연 가능한 일일까. 미국엔 빌보드 차트가 있고, 국내에도 많은 가요 순위 프로그램이 있다. 최근 MBC ‘나는 가수다’는 가수들의 등수를 매긴다.
이런 순위의 기준은 모두 ‘인기’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 노래, 그 가수를 좋아하는가. 그래서 매주 순위가 뒤바뀌고, 새로운 곡이 차트에 진입하면 다른 노래는 밀려난다. 반면, 아리랑 1등 스토리의 기준은 ‘아름다움’이다. 도대체 뭘 기준으로 인류가 만들어낸 숱한 선율 중 가장 아름다운 1등을 뽑았다는 건지 설명이 없다. ‘세계 민요 중 가장 아름답다’거나 ‘전자바이올린 연주곡 중 가장 아름답다(유진박의 연주를 듣고 뽑았다니까)’는 식의 범위도 없다.
아리랑의 ‘1등’에 권위를 부여해주는 것은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선진국 작곡가들이 뽑았다는 대목뿐이다. 그런데도 약 8년간 인터넷 공간에서 ‘가슴 벅찬’ 소식이라며 끊임없이 재생산됐고, 마침내 교과서에까지 실렸다. ‘자랑스러운 우리나라’를 보여주는 증거로. 아리랑세계화추진위원회 자문위원인 한양대 국악과 김영운 교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을 뽑는 대회는) 아마 상업적 이벤트로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음악의 미감은 그것이 형성된 문화적 배경에 따라 전부 다릅니다. 아름다움, 특히 선율의 아름다움은 아주 주관적인 겁니다. 어떤 잣대로 수많은 문화권에서 나온 곡들을 평가해 한 줄로 세우겠어요? 그렇게 한들 그게 무슨 권위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런 대회가 실제 있었다고 치자. 거기서 아리랑이 1등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는 교과서에 실어 초등학생들에게 가르칠 만한 것인가? 진용선 소장은 “아리랑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그런 대회에서 아리랑이 1등을 했다 해도 아리랑 세계화 사업에 이용할 수 없었을 겁니다. 세계 1등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아리랑은 우리 정서를 담은 민요가 아니라 국가적 이념이 담긴 노래가 돼버립니다.”
아리랑을 세계에 알리려는 것은 이 노래를 들으면 한국인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인데, 세계 1등이라고 하면 ‘우리 노래가 당신네 노래보다 훨씬 좋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오히려 반감을 사게 된다고 그는 말했다.
태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