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정의 사진] 너희 집도 찍혔어?
입력 2011-03-24 18:41
구글이 이번주 초 프랑스에서 1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구글스트리트뷰 서비스를 위해 거리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무선인터넷으로 오가는 사생활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독일에서는 자기 집이 구글스트리트뷰에 나오는 것 자체가 사생활 침해라며 한 여성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이 구글 편을 들어줬다. 스트리트뷰에 자기 집이 소개되기 싫은 사람들에게 미리 신청을 받아 적절한 조취를 취한 노력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스트리트뷰는 구글이 3차원으로 제공하는 실사의 웹 지도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네이버가 거리뷰, 다음이 로드뷰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세계 30개 가까운 대도시를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구글은 규모가 다르다. 여기서 제공하는 영상은 360도 촬영이 가능한 렌즈 15개를 장착한 차량이 해당 거리를 지나가며 찍는다. 말이 촬영이지 거리를 통째로 스캐닝하는 수준이다. 예전에는 내가 카메라 앞에 서는 일이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내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가 실시간 자동으로 기록되는 시대다.
이런 걱정을 의식한 듯 구글은 화면에 포착된 인식 가능한 수준의 행인 얼굴이나 문패 등을 뿌옇게 처리한 뒤 정보를 공개한다. 자기 정보가 과도하게 노출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언제든 구글에 삭제 요청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생활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노상방뇨 장면, 집 앞에서 일광욕하는 남자 등 스트리트뷰에 올라온 이미지는 때로는 가십거리, 때로는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됐다. 심지어 스트리트뷰 속 명장면을 소개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최근 독일인 사진가 마이클 울프 또한 이 뜨거운 감자에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지난 몇 년 집중해온 작업의 제목은 ‘구글스트리트뷰’. 파리편, 뉴욕편, 안타까운 장면편 등 작은 제목을 붙여 시리즈물을 탄생시켰다. 사진 내용은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구글스트리트뷰의 ‘명장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마이클 울프가 이 사진을 담는 과정이다. 그는 모니터에 원하는 장면을 띄운 뒤, 삼각대에 고정시킨 사진기를 이용해 재촬영했다. 단순한 화면 캡처가 아니라 작가가 사진 찍는 과정을 그대로 따랐다는 점에서 그는 이렇게 얻은 이미지가 명백히 자신의 창작물이라 밝히고 있다. 이 작업은 올해 월드프레스포토 일상생활 부문 가작으로 뽑혀 과연 포토저널리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로까지 번지고 있다.
마이클 울프는 차량에 달린 기계가 무작위로 찍어낸 이미지를 다시 복제함으로써 이미지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진가들에게 엄숙주의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구나 먼 미래에 스트리트뷰 이미지들이야말로 시간과 장소에 관한 매우 가치 있는 기록물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사진의 본질이 기록이라면 스트리트뷰야말로 그 기록성에 가장 충실한 자료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그는 100년 후에는 산더미처럼 쌓인 하드디스크 속에서 이미지를 찾아내 재구성하고 각색하는 ‘하드디스크 광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그 버려진 디스크 속 이미지는 기록과 예술의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의 예언은 적중할까.
<사진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