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문지방 넘기] 백향목이 하늘과 옆으로 향하듯 신앙도 하나님과 이웃을 섬겨라

입력 2011-03-24 19:17


구약은 전통적으로 율법, 예언서, 성문서로 구분됩니다. 그 중에서 성문서는 비교적 소홀하게 취급돼 왔습니다. 그러나 성문서는 우리 신앙생활에 대단히 유익하고 중요한 책입니다.

시편과 잠언은 성문서의 대표적인 책입니다. 시편은 ‘할렐루야’라는 말로 끝나고, 잠언은 ‘칭찬하다’는 말로 끝납니다. 놀랍게도 ‘할렐루야’와 ‘칭찬하다’의 히브리어 동사 원형이 똑같이 ‘할랄’입니다. 할랄이라는 동사는 본래 ‘상대방에게 좋은 말을 하는 것’인데 이 할랄이 하나님을 향할 때는 ‘찬양하다’는 뜻이 되고, 사람을 향할 때는 ‘칭찬하다’는 뜻이 됩니다.

시편 150편 전체의 마지막 말은 ‘할렐루야’입니다. 시편 146∼150편은 시편 전체의 결론이나 마찬가지인데 이 시편들은 할렐루야로 시작해서 할렐루야로 끝나기 때문에 ‘할렐루야 시편’이라고 부릅니다. 할렐루야는 ‘할렐루’와 ‘야’가 합쳐진 말입니다. ‘할렐루’는 ‘할랄(찬양하다)’의 명령형이고 ‘야’는 야훼의 약칭입니다. 즉, ‘하나님을 찬양하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시편 전체의 가장 핵심적인 주제입니다. 과연 시편은 하나님을 향한 기도와 찬양으로 촘촘히 엮여 있습니다.

반면에 잠언은 ‘칭찬하다’는 말로 끝납니다. “오직 여호와를 경외하는 여자는 칭찬을 받으리라”(31:30) “그 행한 일로 말미암아 성문에서 칭찬을 받으리라”(31:31) 등입니다. 잠언은 이웃과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을 주된 가르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신앙인들이 이웃들에게 선을 행함으로써 칭송을 받게 하는 것이 잠언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성문서는 하나님의 은총에 대한 백성들의 ‘응답’이고, 그 응답의 내용은 할랄입니다. 이 할랄은 두 가지 방향으로 뻗어나갑니다. 하나님을 향해 뻗어나가면 찬양이 되고, 사람을 향해 뻗어나가면 칭찬이 됩니다. 할랄이 위로 뻗어나가면 시편이 되고, 옆으로 뻗어나가면 잠언이 됩니다. 할랄이 하늘을 향해 치솟으면 하나님 사랑이 되고, 할랄이 옆으로 치달으면 이웃 사랑, 형제 사랑이 됩니다.

레바논의 백향목은 우듬지가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올라갈 뿐만 아니라 가지가 옆으로 힘차게 뻗어 있습니다. 쭉 뻗은 백향목을 바라보노라면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백향목처럼 우듬지와 가지가 잘 뻗어나가야 합니다.

할랄이 한쪽으로만 뻗어나가면 반쪽 신앙이 됩니다. 동네에서 나무랄 데 없이 처신하지만 교회는 나오지 않는 사람은 위로 치솟은 우듬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런 분에게는 시편을 읽도록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반면에 교회에서는 나름대로 열심히 충성을 다하는데 왜 그런지 동네에서는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분은 잠언을 열심히 읽어서 옆으로 가지를 펼쳐야 합니다. 특히 한국 교회는 우듬지는 있되 가지가 없는 신앙인이 참 많습니다. 이웃을 섬길 줄 모르고 이웃을 배려하지 않는 예의 없는 신앙 태도로 인해서 사회로부터 비난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우리에게는 우듬지와 가지의 결합, 시편 신앙과 잠언 신앙의 아름다운 조합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할랄의 온전한 회복, 이는 우리 한국 교회의 과제입니다.

오종윤 목사 (군산 대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