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 회장 복귀 1년… 신속한 결정·과감한 투자 젊은 조직으로 변신
입력 2011-03-23 19:17
이건희(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24일로 경영 복귀 1년을 맞는다. 삼성 특검 사태로 2008년 4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2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복귀의 일성(一聲)이자 명분은 ‘삼성의 위기론’이었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
1년 동안 삼성의 가장 큰 변화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였다. 지난해 삼성은 대규모 신사업 투자(23조3000억원)와 반도체·LCD 투자(26조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에는 세계적 바이오 제약 서비스 업체인 퀸타일즈와 자본금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키로 하는 등 계획을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23일 “전문 경영인들이라면 생각지도 못했을 투자 규모”라며 “오너 체제이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조직도 탈바꿈했다. 지난해 10월 멕시코 출장길에 “어느 시대든 조직은 젊어져야 한다”며 밝힌 ‘젊은 조직론’은 곧 모습을 드러냈다. 삼성 특검 여파로 없앤 그룹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며 명칭도 전략기획실에서 미래전략실로 바꿨다. 수장도 삼성의 2인자였던 이학수 고문 대신 신수종사업 발굴을 맡아온 김순택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임명했다. 연말 그룹 인사에서도 대규모 발탁 인사가 있었다. 이 회장 복귀 후 계열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으로 화답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5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지난해 성적이 5년, 10년 후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 회장은 최근 “현재 맡은 것을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고, 뛰고, 제대로 된 물건을 세계시장에 내서 그걸 1등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1등 제품론’을 역설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은 그동안 애플 아이폰과의 대결에서도 보듯 남의 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것은 강했지만 시장을 주도하는 제품을 내놓는 데는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오너 체제는 빠른 의사결정이 강점이기는 하지만 직원들이 오너 눈치만 보고 시키는 것만 하려는 약점도 있다”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혁신 인력들을 키워내야 삼성에 미래가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은 이 회장 복귀 1년을 기념하는 자리는 마련하지 않는다. 일본 대지진 참사에다 이 회장의 ‘이익공유제’나 ‘낙제’ 발언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 때문이기도 하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 복귀 1년을 맞는 삼성의 분위기는 자숙과 겸손”이라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