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회 실천하는 최종진 서울 성북교회 목사 “새벽 기상 힘들지만 무척 행복합니다”

입력 2011-03-23 20:31


신학대 총장이 현장 목회에 뛰어들었다. 지난 6일 서울 길음동 성북교회 담임목사로 취임한 최종진(65) 서울신대 전 총장의 이야기다. 그동안 김지철(장신대) 권성수(총신대) 한기채(서울신대) 피영민(침신대) 목사 등 신학대 교수들이 현장으로 나선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총장이 직접 나선 경우는 거의 없었다. 뒤늦게 ‘새내기 목사’가 된 신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유아세례를 하는데 글쎄 갓난아기한테 ‘이 학생이 앞으로 예수 잘 믿기를 바랍니다’하고 안수를 해줬다니까요. 여유롭게 학생들을 가르치던 교수 체질에서 새벽기도와 심방 등으로 바쁜 목사 체질로 바꾼다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특히 새벽 3시30분이면 어김없이 기상해야 하는 게 가장 긴장돼요. 성도들이 잘 참아주고 계십니다. 지금요? 무척 행복해요.”

최 목사는 1975년 전임강사를 시작으로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하기까지 서울신대 총장(2001∼2004)과 한국복음주의신학회 구약학회장, 한국기독교학회장 등을 두루 거친 명망있는 학자다. 그가 쓴 ‘구약성서 개론’(소망사)은 복음주의 신학계에서 전설적인 교과서로 통한다.

지난해 9월 최 목사의 원래 계획은 교회가 후임자를 결정하기까지 잠깐 설교목사를 맡아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해 12월 그만 일이 터지고 말았다. 성도들이 후임 목사로 물망에 올랐던 40대 목회자 6명을 제쳐두고 최 목사를 만장일치로 선택한 것이다.

“당황스러웠죠. 과거 설교목사로서 몇 교회에 적을 둔 적이 있지만 담임목사로 청빙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사실 교수로 지내면서 마음 한 구석엔 ‘주님 앞에 서면 뭘 내놓을까’ ‘목사라면 현장에서 목회를 해야 하는데’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집에서 이야기를 꺼냈더니 ‘신학자가 은퇴했으면 그만이지 고생하려 한다’며 두 딸이 펄쩍 뛰어요. 아내도 처음엔 반대하다 ‘하나님의 뜻이라면 받아들이자’고 하더군요.”

성북교회는 47년 설립된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소속 중형 교회로 길음뉴타운 입구에 있다. 그가 담임목사로서 처음 한 일은 저소득층 성도를 심방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렵게 살고 있는 성도들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옥탑방에 사는 성도 몇 분과 동사무소에 부탁해 차상위계층 몇 가정을 찾아 사재를 털어 교회 이름으로 돕고 있습니다. 건축 부채가 있어 교회엔 부담을 주고 싶지 않거든요. 사례비도 성도를 섬기는 데 많이 내놓으려고 합니다.”

최 목사는 새벽예배와 심방은 물론이고 수요예배와 주일예배까지 도맡는다. 정년이 5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목회 초년병’의 열정을 성도들이 알아차린 것일까. 주일마다 예배당이 만석이 되고 예배를 손꼽아 기다리는 성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후임 목회자를 잘 결정하고 성령 사역으로 신학과 목회 현장을 잇는 것이다. “강단에 오를 때마다 성령님께 간절히 매달립니다. 30년 넘게 신학교에서 축적한 성령론과 신학을 현장에 쏟아 붓고 싶어요. 지성과 영성이 잘 조화되는 사도행전적 교회를 이루고 싶습니다. 성북교회 성도들을 만난 건 제게 큰 복입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