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원자력기술원 ‘2010 해양환경방사능 조사’… 수치 엉터리, 시료도 시장서 구입
입력 2011-03-24 00:44
해양 환경에 대한 방사능 오염 감시를 위해 정부가 펴낸 보고서가 오류투성이로 드러났다. 자료입력을 잘못한 탓에 보고서 수치가 뒤바뀌는 초보적 실수에서부터 계수 산정에 100㎞이상 떨어진 곳의 시료를 사용하는 등 과학적 엄밀성을 저버린 사례까지 발견돼 신뢰도에 근본적 의문이 제기된다.
지난 2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2010 해양환경방사능조사’ 결과 강릉 인근 해역의 민들조개의 플루토늄 239·240 농축계수가 6341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 원본에는 이 수치가 19700으로 적혀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권고치(3000)의 6.57배에 이르는 수치다.
기술원은 “보고서 작성과정에서 수치 입력 오류를 발견했다”며 “여직원이 실수로 최종 검수를 받기 이전의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말단 직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지난 2일부터 20일 동안 공개된 보고서는 교과부 장관에게 제출하는 제출문까지 첨부된 상태로 최종 검수를 마치고 문서본 배포 직전 단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계산한 농축계수가 IAEA 권고치의 2.11배를 웃도는데도 기술원은 “농축계수는 중요하지 않다”며 의미를 축소하기에 급급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앞으로 해양생물의 농축정도는 우리나라 국민의 방사선 내부피폭선량평가의 기초자료로 이용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농축계수 산정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오류가 발견됐다. 농축계수를 산정하면서 생체시료 채취지점으로부터 100㎞ 이상 떨어진 곳의 바닷물을 비교 자료로 사용한 것이다. 농축계수는 바닷물과 생체시료의 방사능 농도를 비교하는 수치로 당연히 시료 채취 지점이 같아야 한다. 이에 대해 기술원은 “민들조개 시료 채취 지점 인근 해수를 채취해 이송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쏟아져 충분한 양을 확보하지 못해 가장 가까운 지점의 해수로 대체했다”고 밝혔다. “다시 시료를 채취하려면 국립수산과학원 소유의 배를 띄워야 하지만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민들조개 채취도 연구진이 직접 하지 않고 어촌계·공동위판장에서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술원은 “생산지를 확인한 뒤 구입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마저도 석연치 않다. 연구진이 확인한 채취 지점은 강원 양양군 오산해수욕장 앞바다였지만 보고서에는 10여㎞ 떨어진 강릉 근해로 기재됐다.
이 보고서는 원자력법에 따라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해양환경방사능 감시 업무의 결과물로 예산 4억4000만원이 투입됐다. 교과부는 이 보고서를 평가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발간일로부터 3개월, 외부에 공개된 지 20일이 지나도록 보고서의 존재 자체도 파악하지 못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