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잇단 부실 공시… 도대체 왜 이러나
입력 2011-03-23 21:25
제일창투 ‘적정’ 공시했다 번복·중국고섬 급락 파문 다음날 인지…
‘긴급한 매매거래 정지 늑장 공시에, 하루 사이 상장사 감사보고서 의견 번복 공시까지….’
한국거래소의 부실 공시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투자자에게 기업 정보를 공개하는 공시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훼손된 만큼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22일 중국기업 중국고섬의 주가는 오전 9시 증시 개장과 동시에 급락해 투자자들을 당황케 했다. 거래소는 오전 10시 주가 급락에 따라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이날 중국고섬이 급락한 것은 전날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24%나 폭락해 매매거래 정지를 요청한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미 전날 저녁부터 중국고섬의 주가 급락이 파문을 일으켰는데도, 거래소는 다음날 개장 1시간 뒤에야 이를 알아차린 것이다. 이마저 중국고섬의 공시대리인이 알려주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나갈 뻔했다.
앞서 18일에는 제일창업투자가 대현회계법인으로부터 받은 감사 의견이 오전까지 ‘적정’으로 공시됐다가 장마감 뒤 ‘의견거절’로 번복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관계자는 23일 “제일창투가 ‘적정’ 의견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장시작 전에 냈는데, 장마감 뒤 대현회계법인에서 ‘의견거절’이라고 정정해 곧바로 거래정지시키고, 제일창투에 조회공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제일창투의 감사 의견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이날 하루 동안 거래된 주식은 39만1609주, 거래 대금만 7900만원에 달한다. 감사 의견 번복을 놓고 제일창투와 대현회계법인의 공방이 금융감독원 조사로 확실히 드러날 때까지 투자자들의 생돈만 묶이게 됐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제일창투에 조회공시를 요구할 뿐 속수무책이었다.
이와 관련해 거래소 공시 담당자는 “현 공시시스템에서는 기업과 회계법인 간에 ‘짜고 치는 고스톱’을 거래소가 감시하고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해명했다. 또 2009년까지는 회계법인이 금감원에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는데 그마저도 지난해 폐지됐다는 것. 이에 따라 불성실한 공시로 시장 질서를 흐리는 기업에 대해 거래소가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