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관료문화·순응적 국민성도 화 키웠다
입력 2011-03-23 21:45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원자로 폭발로 2차 피해가 가시화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해지자 일본의 위기관리체계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가장 먼저 지목되는 것은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허술한 리더십이다. 경직된 관료문화나 운명에 순응하는 국민성도 화를 키우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2009년 8월 자민당 54년 집권을 종식시키고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그동안 확실한 ‘대안 세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다. 더욱이 전후 최대 재앙으로 꼽히는 대지진을 당해서도 간 총리는 확실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무엇보다도 간 총리는 대지진 발생 12일이 지난 23일까지도 재해현장에서 직접 이재민들과 아픔을 함께하는 모습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간 총리는 지진 발생 다음날인 12일 헬기를 타고 도호쿠 지방으로 날아갔으나 4시간 동안 상공에서 헬기를 타고 둘러보기만 했을 뿐 이재민들을 만나지 않았다. 수십만명의 이재민들은 대피시설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총리는 안전한 총리관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일본으로 보낸 구호품이 신속하게 전달되지 못하는 데도 비판은 쏟아진다. 지나치게 절차에 집착하는 일본의 관료문화가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해운회사 닛폰유센(日本郵船)이 구호품 전달을 돕기 위해 2만t급 대형 수송선을 파견하겠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거절당한 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일본인들은 대지진 발생 초기 침착하게 대응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제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강도 행위나 식품 사재기 현상도 일본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정원교 기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