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정운찬] “위원회 사실상 좌초”… 정부 동반성장 의지도 의심
입력 2011-03-23 22:04
동반성장위원회가 표류하고 있다.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지난 21일 청와대에 사직서를 내고 위원회 공식 활동을 모두 접은 데 따른 것이다. 사실상 좌초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23일 동반성장위에 따르면 정 위원장은 22일부터 이번 주 예정된 위원회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정 위원장은 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중소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하는 ‘동반성장과 중소기업의 경영혁신 세미나’ 등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정 위원장이 취임한 지 100일을 갓 넘겼을 뿐이지만 동반성장위에서 그의 무게감은 컸다. 정 위원장이 부재중인 위원회는 평소 업무를 계속하는 듯한 모습이나 내부적으로는 개점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한 위원회 관계자는 “직원들 모두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연연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이 물러나게 되면 위원회는 길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게 위원회 안팎의 중론이다. 위원장을 다른 사람으로 대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 위원장은 초과이익공유제 개념을 들고 나와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정·관·재계로부터 모조리 공격을 받았다. 정 위원장마저 감당하지 못한 위원회에 누가 올 수 있겠느냐는 반응이 많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현 정부에서 동반성장 이슈는 끝났다고 본다”며 “최 장관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직접 비판하고 나선 것 등을 보면 정부의 동반성장 실현 의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위원회가 출범하고 제대로 운영되기도 전에 위원장이 갖은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위원회가 실질적인 활동을 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정부 역할도 중요하지만 민간에서 기여할 부분이 크다”며 “위원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누군가 이 조직을 계속 끌고 나갈 필요가 있지만 선뜻 나설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중소기업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기업호민관 업무를 맡았으나 정부의 비협조와 독립성 훼손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스스로 물러났던 경험 때문인 듯 구체적인 발언은 자제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업계에서는 위원회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며 “그나마 중심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던 정 위원장마저 그만둔다면 위원회에 더 기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