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천 수산물품질검사원 방사능 검사현장] 장비 태부족… “전량검사 엄두 못내요”
입력 2011-03-23 22:11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성 물질이 주변 바다에서 대량 검출돼 방사능 공포가 확산된 23일 부산항 국제여객선터미널 맞은편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부산지원 3층 유해물질검사실은 분주했다. 일본산 수산물에 대한 방사성 물질 함유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검사실에는 요오드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을 검사하는 감마선 분광기 2대와 수산물 믹서기, 검사용 비커, 전산 장비 등이 준비됐다.
이곳에 근무 중인 직원 3명은 이날 오전 감천항 보세창고에서 통관 대기 중인 냉동명태를 믹서기로 갈아 1㎏ 단위로 비커에 담아 감마선 분광기에 넣고 고주파를 발사, 감마선이 나오는지를 관찰했다. 방사성 물질이 함유됐을 경우 감마선이 측정된다. 한 개 샘플을 검사하는 데 평균 5시간이 걸린다.
검사실은 부산항을 통해 수입되는 일본산 냉동 명태와 고등어, 갈치, 참돔, 꼬막 등 하루 평균 200여t의 수산물을 검사한다. 검사장비가 2대에 불과해 전량 검사는 엄두도 못 내고, 수산물 종류별로 샘플을 채취해 검사하는 실정이다. 감천항을 이용하는 수산업체 대표 이모(55)씨는 “샘플 검사만 하는 탓에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검사기간이 1∼3일 늦어져 업체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인천지원 2층 방사능실에서는 강릉지원이 의뢰한 일본산 왕게 1㎏에 대한 방사능 검사가 진행됐다.
인천지원은 지난 14일부터 직원 40여명 중 10명을 배치해 수시 검사 체계를 갖추는 등 비상체계를 가동했다. 그러나 지원 전체 직원들에게는 이날 낮 12시50분에야 내부통신망을 통해 수산식품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일일 보고하도록 전달됐다. 방사능 오염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사에 비하면 다소 둔감한 대응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방사능 측정장비가 없는 통영·강릉·완도·목포지원에서는 아예 검사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검역당국은 “철저한 검사를 한다”고 거듭 밝히고 있으나 많은 시민들이 “검사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부산·인천=윤봉학 정창교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