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설립 주도 이희건 명예회장 별세
입력 2011-03-23 21:15
15세 때 日서 자전거 타이어 장사로 시작
서울올림픽 때 100억엔 모아 한국에 전달
“재물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는 것은 많이 잃는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잃는 것은 전부를 잃는 것이다.”
신한은행 창립 주역 이희건(사진)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좌우명이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23일 주주총회에서 “이 명예회장이 지난 21일 일본 오사카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향년 95세.
1917년 경북 경산군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이 명예회장은 15세 때 현해탄을 건너가 오사카의 한 무허가 시장에서 자전거 타이어 장사를 시작했다. 55년 뜻있는 상공인들과 함께 대판흥은(大阪興銀)이라는 신용조합을 설립했고 82년 7월 국내 최초 순수 민간자본 은행인 신한은행 설립을 주도했다. 그는 당시 일본 전역에 산재해 있던 340여명의 재일동포로부터 출자금을 모집했다.
이 명예회장은 국가의 중대사 때마다 몸소 앞장서면서 애국심을 발휘했다. 88년 서울올림픽 당시에는 100억엔을 모아 한국에 기부, 무궁화훈장을 받았으며 외환위기 때는 일본에서 국내 송금 보내기 운동 등을 주도했다.
신한은행 회장 시절 어려운 경제상황 아래서도 주주들의 힘을 결집해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고 은행의 조직 및 시스템 전반에 걸쳐 많은 변화를 불어넣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그의 강한 추진력이 신한은행을 국내 최고 우량은행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은 “신한의 역사이자 조국을 사랑한 고인의 창업이념을 받들어 전 임직원이 심기일전해 신한금융을 세계 일류 금융그룹으로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이 명예회장의 유족은 23일 신한금융 주주총회가 끝날 때까지 알리지 말라는 이 명예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가족만 참석한 채 영결식을 마쳤다. 신한금융은 유족과 협의해 별도로 고별식을 마련할 예정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