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어등산 관통 터널 세살 먹도록 이름 못지어… 광산구-호남대등 힘겨루기로
입력 2011-03-23 21:28
광주 어등산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터널이 완공된 지 3년이 되도록 이름을 얻지 못해 ‘무명 터널’의 설움을 겪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의회, 인근 대학이 첨예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한국도로공사 호남지역본부에 따르면 광주∼무안 고속도로 중 어등산 자락을 뚫은 터널 구간이 2008년 5월 완공됐다. 편도 2차선의 이 터널은 2002년 5236억원을 들여 착공한 광주와 무안공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41.6㎞)구간 중 서봉동∼나주IC 구간(11.2㎞)의 1.4㎞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터널은 개통 이후 지금까지 광산구와 구의회, 호남대학간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마땅한 명칭조차 정하지 못하고 있다.
터널을 관할하는 광산구와 구의회는 대한제국 당시 호남 의병의 본거지였던 어등산의 의병정신을 기려 ‘어등산 터널’로 명명하는 게 옳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호남대는 고속도로가 기숙사와 체육관 등 학교시설을 가로질렀고 소음으로 학습권도 침해받고 있는 만큼 보상차원에서 ‘호남대 터널’로 하자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호남대 서강석 총장은 “당초 도로공사가 호남대 터널로 명명했지만 광산구의회가 갑자기 반대하고 나서 아직까지 명칭문제가 매듭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광산구 관계자는 “의병 전적지로 널리 알려진 곳의 명칭은 당연히 어등산 터널로 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특정대학 명칭을 포함시키면 오히려 특혜 논란을 빚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