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용보험기금이 노동부 쌈짓돈인가
입력 2011-03-23 17:41
정부가 고용보험 실업급여 요율을 올리는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요율은 다음 달부터 현행 월 급여의 0.9%에서 1.1%로 0.2% 포인트 오른다. 인상 폭이 무려 22%다. 실업급여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다. 이번 인상으로 근로자와 사업주는 월 급여 100만원당 각각 1000원씩을 더 부담하게 된다. 전체적인 국민부담은 연간 65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이번 인상이 불가피한 것이냐에 대해서는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의 방만한 고용보험기금 운영 때문이다.
실업급여 재정은 2007년 처음으로 적자를 낸 이후 해마다 적자폭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2013년에 적립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해 인상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물론 실직자 증가가 재정 적자의 주요 원인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금을 엉뚱한 곳에 사용해 부실을 초래한 장본인이 바로 정부라는 점에서다. 부실 운영 책임을 근로자들에게 전가한 것이라는 비난은 그래서 나온다.
고용보험기금 운용의 난맥상을 들여다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대표적인 게 호화판 직업체험관 건립이다. 노동부는 기금에서 빼낸 2000억원으로 경기도 분당에 청소년 직업체험관인 ‘한국 잡월드’를 짓고 있다. 불요불급함에도 노동부가 이 사업을 강행한 저의는 따로 있는 듯하다. 노동부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속셈이 들여다보인다. 2004∼2008년 5500억원을 기금에서 전용해 전국에 고용지원센터 청사를 마련한 것이나 육아휴직급여 등을 별도의 국가재정이 아닌 실업급여 계정에서 계속 지급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결국 노동부가 쌈짓돈처럼 마음대로 쓰다가 기금이 바닥나게 되자 그 부담을 근로자에게 떠넘긴 셈이다. 봉급생활자들을 봉으로 봤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제는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지금처럼 정부가 독단적으로 기금 운영을 하도록 놔둬서는 안 될 일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기금 부실을 막기 위한 외부의 감시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