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주의 완화책 석패율제 도입할 때

입력 2011-03-23 17:40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는 망국적인 지역주의다. 그동안 지역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수많은 정치 실험들이 있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지역할거주의에 몰입된 주요 정당들은 겉으로 지역갈등 해소를 외치면서도 선거 때마다 이를 악용해 왔다. 국회의원 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를 기본으로 한 현행 선거제도 하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할 해결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권과 선관위가 최근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석패율 제도다.

석패율 제도란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출마자를 비례대표 후보로 이중등록을 하고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이럴 경우 영남에서 민주당, 호남에서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될 수 있다. 이미 일본은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적극적이고 중앙선관위도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중앙선관위가 제시한 석패율제는 지역구 차순위 득표 후보자부터 당선시키는 일본식 단순 석패율제가 아니라 정당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이 배정되면 각 정당이 선택한 전략 시·도 지역에서 일정 수준 이상 득표한 후보에게 비례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의석 수의 3분의 1 이상을 한 정당이 차지하면 해당 시·도에서는 그 소속 정당에 석패율을 적용하지 않아 의석 쏠림 현상을 방지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상당히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되면 각 정당들은 지지기반이 취약한 곳에서도 상대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인물을 추천해 당선시켜 지지기반을 확대해 갈 수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신인의 정치 참여가 제한되고 대신 명망가들이 독식하는 정치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정치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각계 전문가 영입을 목적으로 만든 비례대표제가 훼손될 수 있다. 망국적 지역주의가 석패율제 도입으로 개선되어야겠지만 전혀 다른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입법 전에 충분한 논의와 여론 수렴이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