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질 때 더 예쁜 꽃, 동백섬에 가고 싶다… 남도 동백꽃 명소 5選
입력 2011-03-23 17:33
동백꽃은 여느 꽃과 달리 낙화했을 때 더 아름답다. 탐스런 꽃송이가 목이 부러지듯 뚝뚝 떨어져 풀밭을 뒹굴면서도 해맑게 웃는 모습은 동백만의 매력. 유례없는 겨울 한파와 춘분을 지나서도 시샘을 부리는 꽃샘추위 때문에 보길도를 비롯한 남도의 동백꽃은 이제야 절정기를 맞았다. 반쯤은 피고 반쯤은 낙화해 고개를 들어도 붉고 고개를 숙여도 붉은 동백숲으로 여행을 떠나본다.
◇보길도(전남 완도)=‘어부사시사’를 쓴 고산 윤선도(1587∼1671)의 유배지였던 보길도는 곳곳이 동백나무 꽃밭이다. 그 중에서도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세연정 주변으로 동백나무 고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연못 위에 떨어진 동백꽃이 연못을 떠다니는 풍경과 보길초등학교로 이어지는 오솔길에 뚝뚝 떨어진 동백꽃은 한 편의 시이자 한 폭의 그림. 세연정 가는 길의 여염집에는 보기 드문 하얀 동백꽃도 피어 있다.
보옥리의 동백숲도 장관이다. 망끝전망대와 뾰족산을 지나 만나는 보옥리는 타조알보다 큰 몽돌이 해변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해변 옆에는 수령 200∼300년 된 동백이 빽빽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섬 동쪽 끝의 백도리 해변엔 ‘송시열의 글씐바위’가 있다. 상소를 올린 것이 화근이 돼 제주도로 귀양 가던 중 풍랑을 만나 이곳에 상륙한 송시열이 자신의 억울한 심정이 담긴 한시를 남겼는데 이것이 석벽에 새겨져 있다.
◇마량포구(충남 서천)=서천 화력발전소 뒤편의 바닷가 언덕은 동백정을 중심으로 천연기념물 제169호로 지정된 수령 500년의 동백나무 80여 그루가 정원을 이루고 있다. 남해 바닷가와는 달리 이곳의 동백나무는 거센 바닷바람 때문에 키가 크지 않는 대신 가지가 옆으로 넓게 뻗어 관상수를 보는 듯하다. 송이째 떨어져 잔디밭을 뒹구는 동백꽃은 현기증이 일 정도로 처연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마량포구는 동백나무의 북방한계선이다. 이곳 동백나무는 12월부터 개화하는 동백과 달리 한겨울 찬바람을 극복하고 3∼4월에 고운 자태를 뽐내는 ‘춘백(春栢)’이다. 동백꽃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3월 말부터 4월 중순까지 마량포구 일대는 주꾸미가 제철이다.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의 주꾸미는 구이, 전골, 샤브샤브, 회무침, 볶음 등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돼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지심도(경남 거제)=거제도의 동쪽 바다에 위치한 지심도(只心島)는 하늘에서 보면 마음 심(心)자를 닮은 폭 500m, 길이 1.5㎞의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의 60∼70%가 동백나무로 뒤덮여 동백섬으로 불린다. 아담한 선착장에서 섬 중턱 쉼터까지 이어지는 지그재그 오솔길은 동백나무 터널이다. 원시의 생명력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오솔길은 수령 수백 년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즐비하다.
지심도는 1930년대에 일본군 300여명이 섬 주민들을 쫓아내고 주둔했던 곳. 섬 남단의 일본군 포진지와 탄약고, 섬 북단의 서치라이트 보관소와 망루 등 당시의 생채기는 아직 섬 곳곳에 남아 있다. 거제도의 학동흑진주몽돌해변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에 걸쳐 펼쳐지는 학동동백림(천연기념물 제233호)은 바다를 배경삼은 동백꽃과 동백잎이 멋스럽다.
◇오동도(전남 여수)=조성 공사가 한창인 여수세계박람회장과 768m 길이의 방파제로 연결된 오동도는 예로부터 동백섬으로 불려왔다. 동백열차를 타고 오동잎 모양의 오동도에 들어서면 진초록 잎과 붉은 꽃잎, 그리고 샛노란 꽃술이 선명한 동백꽃 세상이 펼쳐진다. 오동도의 동백나무는 5000여 그루로 시누대를 비롯한 194종의 아열대 식물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그린다.
동백터널로 이루어진 오동도의 모든 산책로는 섬 정상의 하얀 등대를 향해 오른다. 바깥이 훤히 보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25m 높이의 전망대에 오르면 붉게 물든 동백림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멀리 남해의 돌산도, 돌산대교, 여수항, 광양항, 하동포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용굴, 코끼리바위 등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오동도의 해안 절벽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다.
◇수우도(경남 통영)=한려수도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온다는 수우도는 삼천포에서 남쪽으로 13㎞ 떨어진 외딴섬이다. 행정구역은 통영이지만 주민들의 생활권은 삼천포다. 섬의 형태가 소와 비슷하고 나무가 많아 수우도로 불리는 섬에 들어서면 수령 200∼500년에 이르는 2만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천연림을 이루고 있다. 섬 최고봉인 은박산(189m) 남쪽과 동쪽 사면에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동백꽃을 감상하려면 선착장과 이어지는 오솔길로 들어서야 한다. 10m 높이의 동백나무 고목이 울창한 숲은 햇빛 한 점 스며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하지만 땅에는 낙화한 동백꽃들로 환하다. 해안선은 구멍이 숭숭 뚫린 해골바위, 매처럼 생긴 매바위, 고래를 닮은 고래바위 등 기암괴석에 둘러싸여 있다. 삼천포항 유람선선착장에서 수우도로 가는 배편이 있다.
글·사진=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