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入神들의 잔치

입력 2011-03-23 17:27


아무리 성적을 잘 내고, 타이틀이 있어도 ‘입신(入神·바둑에서 9단을 일겉는 말)’에 오르지 못하면 참가할 수 없는 기전이 있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이다. 1999년 첫 대회에는 18명의 9단이 참가했으나 12회를 맞는 올해는 50명의 9단이 참가했다.

참가자가 대폭 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이 대회는 한국바둑 성장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초기에는 인원도 적고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이 참가하지 않아 타이틀이 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젊은 입신들이 등장해 이제는 명실공히 ‘입신최강전’으로 자리 잡았다. 이창호 9단과 조훈현 9단은 10회부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1회 대회에서는 최규병 9단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2회, 3회에서는 유창혁 9단이 우승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4회에서는 루이웨이나이·장주주 부부가 함께 결승에 오르는 이색적인 기록을 남긴 끝에 장주주 9단이 정상에 올랐고, 5회에는 루이 9단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6회부터는 판도가 달라졌다. 이세돌 9단이 빼어난 성적으로 입신의 대열에 합류하며 연거푸 3년 연속 우승컵을 안았다. 9회는 박영훈 9단이, 10·11회는 최철한 9단이 2연패를 차지했다.

역대 최다인 50명이 참가한 이번 맥심커피배는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하고 재밌었다. 16강전에서는 김동엽 9단이 서봉수 9단을 꺾었고, 목진석 9단이 극적인 역전승으로 이세돌 9단을 제압했다. 8강전에서는 2년 만에 조훈현 9단과 이창호 9단의 사제대결을 볼 수 있었다. 1988년 이후 23년간 이어지고 있는 둘 간의 승부는 이번이 310번째 대결이었다. 상대전적 191승 119패로 이창호 9단이 앞서있는 상황에서 펼쳐진 대결은 이창호 9단의 승리로 끝났다.

이어진 또 다른 준결승전에서는 동갑내기 라이벌 최철한 9단과 박영훈 9단이 만났다. 2년 연속 최철한 9단에게 져 탈락의 고배를 마신 박영훈 9단의 통쾌한 복수전이었다. 대망의 결승 3번기는 이창호 9단과 박영훈 9단이 만났다. 신산(神算)과 소신산(小神算)으로 불리는 닮은 꼴 기사들의 대결이다. 현재까지 타이틀 매치 상대 전적은 2대 2로 팽팽하다. 지난 22일 벌어진 1국은 초반 무난한 흐름으로 시작돼 아기자기한 전투가 이어졌지만 종반전에서 이창호 9단이 초읽기에 몰려 흔들리면서 박영훈 9단이 선승을 거두었다. 2국은 4월 7일 제주도에서 열린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