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피격 1주년] ‘46영웅 뜻’ 이은 장병들 결의… “내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

입력 2011-03-23 00:26


①“추가 도발, 반드시 응징한다”

천안함 피격 사건이 26일로 1주년을 맞는다. 지난해 3월 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인근 서해상에서 초계근무 중이던 천안함(1200t급)은 북한의 잠수정이 기습적으로 발사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 46명의 승조원이 목숨을 잃었다. 온 국민은 충격에 빠졌다. 군사·외교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났다. 군은 잠수정과 같은 비대칭 전력을 활용한 북한의 기습적인 공격에 대비해 전력을 보강했다. 정부는 사고원인 규명에 진력해 북한의 소행임을 밝혀냈고 외교적인 지원을 얻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천안함 피격 1년. 군의 대비태세와 유족 및 생존 장병들의 현황, 남은 과제 등을 살펴본다.

“해군 2함대에서는 매일매일 전투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연중 계획된 훈련 횟수는 무의미합니다. 함장이 만족할 만한 수준에 이를 때까지 하루에도 수차례 훈련을 반복합니다.”

경기도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 공보실장 김영규(39) 소령은 천안함 피격 이후 2함대는 단 하루도 훈련을 쉰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훈련은 실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도 높게 진행된다. 김 소령은 “2함대 병사들의 자세는 다른 함대와 다르다. 언제든 실제 전투가 벌어질 수 있다는 긴장감을 갖고 훈련에 임한다”고 전했다.

올해 2함대사 곳곳에는 새로운 슬로건이 걸렸다. “나의 전우를 건드리는 자, 죽음을 각오하라.” 어떤 상황에서도 제2의 천안함 사건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가 서려있다. 지난 18일 서해에서 실시된 초계함 진해함 훈련은 2함대 함정들이 매일 치르는 훈련의 전형이었다. 진해함은 천안함과 같은 1200t급이다.

진해함 승조원들은 어떤 훈련이 실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오전 11시45분 출항했다. 승조원이 점심식사를 마친 직후인 12시30분. “전투배치, 전투배치, 적기 출몰.” 함 내 마이크를 통해 급박한 목소리가 들렸다. 가상의 적 항공기가 함정 전방 63㎞ 상공에서 출현했다. 함장 윤현중(41) 중령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승조원들은 즉각 “전투배치”를 복창하며 임무 위치로 달려갔다. 불과 40초 만에 100여명 승조원은 제자리를 잡았다.

함수 부분에 장착된 76㎜ 주포와 40㎜ 부포는 적항공기를 향해 포수를 돌렸고 함상 가운데 설치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 미스트랄도 적기를 조준했다. 적기는 포착 3∼4분 만에 격추됐다.

윤 함장은 적 항공기 격추가 확인되자 10여분 뒤 또다시 비상을 발령했다. 정체불명 잠수함이 진해함 오른쪽 앞으로 3.5㎞ 떨어진 해저에서 음파탐지장비(소나)에 포착됐다. 그러나 적 잠수함인지, 아군 잠수함인지 파악되지 않았다. 전탐사가 소나에 잡힌 음파를 토대로 피아구별 분석에 들어가려는 순간 잠수함에서 어뢰가 발사됐다. 윤 함장은 급하게 항로를 변경하면서 동시에 “어뢰공격 준비”를 외쳤다.

함미에 장착된 신형 MK46어뢰 발사관의 뚜껑이 열리고 3대의 어뢰가 발사준비에 들어갔다. 적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위치를 파악한 소나실에서 “공격준비 완료”를 알려왔고 윤 함장은 “발사”를 명령했다. 적 어뢰와 잠수함은 격파됐다.

훈련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윤 함장은 곧바로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사후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훈련은 가상 상황을 상정한 것이어서 실제 함포와 미스트랄 미사일, 어뢰, 폭뢰는 발사되지 않았다. 그러나 승조원 모습에서는 비장감이 흘렀다. 어뢰 병기병 이영호(20) 일병은 “천안함 전우의 희생을 절대 잊을 수 없다”며 “또다시 적이 도발한다면 백배, 천배로 갚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 함장은 “오로지 전투만을 생각한다”며 “2함대는 천안함 피격과 같은 치욕을 다시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해군은 천안함 사건 1주기 기간인 25~27일 동해와 서해, 남해 상에서 대규모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천안함 피격 사건 1주기인 26일에는 서해와 남해 일대에서 해상 사격훈련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진해함상=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