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세계 투기자금 곡물서 석유로… 밀·옥수수 값 오름세 꺾여
입력 2011-03-22 18:59
글로벌 투기자금이 곡물에서 석유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중동 리스크’ 확산과 동일본 대지진 때문이다. 지진으로 일본의 곡물 수입이 주춤하면서 곡물 선물상품에 쏠렸던 돈이 빠져나갔다. 대신 투기자금은 원유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습에다 바레인·예멘으로 민주화 시위가 확산되면서 국제유가가 추가 상승할 여지가 커졌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은 22일 국제가격 동향 보고서를 내고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밀의 평균 선물가격이 t당 269달러로 전월 대비 11.9% 하락했다고 밝혔다. 옥수수는 t당 269달러로 전월 대비 0.9%, 대두는 497달러로 3.0% 떨어졌다. 오름세를 이어가던 선물가격의 하락은 지난해 7월 이후 처음이다.
곡물에 낀 ‘투기 거품’은 지난달 말부터 빠지기 시작했다. 농경연은 “지난달 말부터 중동 지역 정정불안이 계속 번지자 투기자본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원유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최근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설명했다.
곡물의 선물상품에 투기자금이 얼마나 몰리는지를 보여주는 비상업 순매수포지션(매수포지션에서 매도포지션을 뺀 값)은 감소세다. 선물 비상업 순매수포지션은 지난해 말부터 증가세를 보이면서 곡물가격 급등을 주도했다.
반면 두바이유 현물을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이달 평균 배럴당 108.3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3월 가격(배럴당 77.34달러)과 비교하면 40.0%, 지난달(배럴당 100.24달러)보다는 8.1%가 올랐다.
전문가들은 투기자금의 본격 이동에는 일본 대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단기 급등에 따라 상대적으로 석유보다 곡물의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지진이 전환점이 됐다는 분석이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