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등 해외범죄 외국인 국내서 처벌 가능
입력 2011-03-22 23:12
이르면 2013년부터 해외에서 테러 등 중대 범죄를 저지른 외국인이 국내에 잠입했다 적발되면 우리 형법으로 처벌받는다. ‘고무줄 판결’ 및 전관예우 등 폐해를 없애기 위해 판사의 재량에 의해 형을 감경하는 작량감경이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법무부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형법 총칙 개정안이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는 국제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세계주의’ 규정이 신설됐다. 이에 따라 폭발물 사용, 통화·유가증권 위조, 약취·유인 범죄 등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해서도 국내 형사사법기관이 처벌할 수 있다. 현행 형법의 ‘국외조항’은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하거나 우리 영토에서 이뤄진 외국인의 범죄만 처벌할 수 있다. 개정안은 이 범위를 해외에서 외국인을 상대로 한 범행까지 넓혀 국내에서 범인 신병만 확보되면 처벌토록 한 것이다. 세계주의는 관련 법령 제·개정이 필요해 공포 2년 후에 시행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기존 형법에서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던 작량감경 요건을 명확히 해 법관이 재량으로 형량을 낮출 여지를 줄였다. 법원은 그동안 작량감경 규정을 근거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했다거나 질병 우울증 음주 등 다양한 이유로 피고인 형량을 낮춰왔고, 이는 전관예우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정안에 명시된 감경 요건은 범행동기 참작 사유가 있을 때,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때, 피고인의 자백 등이 있을 때로 제한됐다. 명칭 역시 작량감경에서 ‘정상감경’으로 바뀌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판사의 재량에 따라 일방적으로 형량 감경이 가능했는데 개정안이 시행되면 명확하지 않은 이유로 형을 감경받는 사례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살인·강간범 등 흉악범에 한해 상습범·누범 가중 규정을 폐지하는 대신 보호수용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과거 보호감호제가 거의 모든 범죄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인권침해 논란을 낳았던 만큼 보호수용제 적용 대상을 살인, 상해, 약취·유인, 강간, 방화 범죄 등으로 한정했다.
형이 집행되지 않은 사람이 해외에 체류할 때 형의 시효가 정지되는 규정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금고 등 활용되지 않는 형벌을 폐지해 형벌 종류는 9개에서 사형, 징역, 벌금, 구류 4개로 간소화됐다. 또 서민이 벌금형보다 무거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호하는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도 집행유예 제도를 도입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