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 방사능 공포 해산물로 확산 … 日 “이젠 먹을 게 없다”
입력 2011-03-22 18:55
후쿠시마 인근 바다서 방사성 물질 검출 파장
“해산물마저… 이제 먹을 것이 없다.”
방사능 오염 공포가 농산물을 넘어 해산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인근 바다에서의 방사능 물질 검출 소식 때문이다. 해산물 위주의 일본 식생활 문화가 흔들리고 있다. 방사능 오염 극복에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일본 국민들을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원전 주변 100㎞ 오염”=프랑스 원자력안전위원회(ASN) 앙드레 클로드 라코스테 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능 누출은 일본 당국이 수십년간 대처해야 할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방사능 누출 문제를 다룰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SN의 방사능 관리 책임자인 장 뤽 고데는 “기상상태를 감안하면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성 물질이 최대 100㎞까지 이르렀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2일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20㎞ 떨어진 후쿠시마현 동부 나미에(浪江) 지역에서 최근 방사능 수치를 측정한 결과 시간당 161마이크로시버트(μSv)로 평상시(0.1μSv)의 1600배를 넘었다고 밝혔다. IAEA는 2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긴급이사회를 갖고 “후쿠시마 원전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하다”며 “일본의 정보제공 부족으로 독자적인 방사성 물질 측정 조사를 시작하겠다”고 결의했다.
하야시 쓰토무(林勉) 전 히타치제작소 원자력사업부장은 “원자로에 투입된 물이 방사성 물질을 품고 밖으로 흐르면서 토양과 원전 주변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는 해산물 대란=해산물의 방사능 오염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원전 인근 바닷물에서의 방사성 물질 검출 자체만으로도 해산물 유통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은 1인당 연간 생선 소비량이 70㎏에 이르는 세계 최대 해산물 소비국이다.
원전 사고 직후부터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었던 일본 초밥 시장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처지다. 일본 수산물의 해외 수출 급감도 예상된다. 벌써 한국 대형마트들은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잠정 중단했고, 미국 식품의악국(FDA)은 일본산 식품류의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해산물 오염 사례까지 밝혀질 경우 일본 식탁문화 자체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농산물 유통도 악화되고 있다. 22일 도쿄 오타(大田) 청과물 시장의 시금치 취급량은 평소의 절반으로 급감했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이바라키(茨城)현의 시금치 가격은 10분의 1로 폭락했다. 후쿠시마현에서 생산된 우유 원유, 지바(千葉)산 쑥갓 등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농산물 대부분이 비슷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의 농산물 출하 중단 지시를 내린 일본 정부는 “건강에 해를 끼칠 정도는 아니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의 불안감을 전혀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