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군 리비아 공격] 카다피, 서부연안에 진지 구축해 지상군 공격 맞설 듯

입력 2011-03-22 22:43

다국적군의 공습을 당한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 원수의 대응은 ‘장기전’이다. 수도 트리폴리를 중심으로 리비아 서부 지역에 진지를 구축할 가능성이 크다.

◇‘인간방패’로 장기전 대비=카다피는 미국이 개입한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을 이미 ‘학습’했다. 게릴라식 장기전으로 가면 유리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는 공습 뒤 리비아 국영TV 전화연설에서 “장기전을 치르겠다”고 호언했다.

카다피가 학습한 다른 한 가지는 다국적군이 민간인을 섣불리 공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민간인이 숨질 때마다 호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따라 군사 전문가들은 카다피가 ‘인간 방패’ 전술을 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리비아 정부는 벌써부터 민간인에게 무기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탱크와 방공포 등 무기를 민간인 거주 지역에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카다피 군인이 민간인 복장을 하고 민간용 차량을 사용해 다국적군에 혼선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해외 언론인까지 인간방패로 쓰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미 폭스뉴스는 리비아 정부가 CNN방송과 로이터통신 기자들을 카다피 관저 인근으로 데려가 이곳에 대한 다국적군 공격이 축소됐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 방송의 닉 로버슨 특파원은 폭스뉴스 보도가 위선적이며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현재 리비아에서 실종된 언론인은 7명이다.

◇서부 장악하고 전선 구축=카다피는 지중해 서부 연안에 진지를 구축하고 시가전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이날 미스라타로 진격한 점이 이를 말해준다. 제3의 도시 미스라타는 리비아 서부 주요 도시 가운데 유일하게 반정부 세력이 장악한 곳이다. 카다피는 서부 연안을 완전히 장악해 동쪽으로부터의 지상군 공격을 대비하려는 것 같다. 현재 위성도시 알자위야와 카다피 고향인 시르테, 원유수출도시 라스라너프 등 서부 주요 도시 대부분이 카다피 손아귀에 있다.

카다피는 트리폴리 남쪽 도시 탈환작업도 벌이고 있다. 수도에서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사막의 도시 진탄 등은 다국적군의 지상군 투입이 예상되는 곳이다. 현재 반정부 세력이 장악하고 있어 여기에 대규모 지상군이 투입되면 수도가 위험해진다.

◇테러 가능성도 제기=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보 당국이 카다피에 의한 테러 징후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궁지에 몰리면 테러도 감행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 테러를 주도했다는 강한 의혹을 받고 있다. WSJ는 “카다피는 상당한 양의 독가스와 폭발물을 갖고 있고, 이것들은 유럽인이나 리비아 국민을 상대로 한 테러에 쓰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와 알카에다가 현재는 서로를 비난하고 있지만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둘이 손을 잡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