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 47위 중견업체 LIG건설 법정관리 신청 한파… 건설업계 ‘줄도산 공포’
입력 2011-03-22 21:51
중견업체인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가 또다시 줄도산 공포에 휩싸였다.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이 이어질 경우 주택시장은 물론이고 고용시장과 2·3차 연관 산업 분야까지 ‘도미노’ 피해가 우려된다.
22일 대한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순위 100위 안에 포함된 건설업체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 또는 진행 중인 업체는 총 27곳이다. 주요 건설업체 4곳 중 1곳이 자생능력을 잃었다는 얘기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업체들의 경영난이 심각했다. 벽산건설과 풍림산업, 우림건설, 성원건설 등 시공능력 평가순위 100위권 중 21∼80위에 포함된 업체만 21곳(77.8%)이었다.
중견건설사의 잇단 좌초는 침체된 주택시장 탓이 크다. 주택 수요자들이 전세로 몰리면서 일부 지방의 대형 건설사를 제외한 분양시장은 여전히 한파를 겪고 있다. 수요가 없다보니 분양시기가 늦춰지고 착공도 하지 못한 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따른 금융비용만 빠져나가는 것이다. 미분양·미입주 물량마저 해소하지 못하면서 결국 유동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47위의 LIG건설 역시 8900억원 규모의 주택개발 PF사업을 벌였다가 주택경기 침체로 금융비용 부담을 털어내지 못한 원인이 크다. 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건설경제연구실장은 “그룹 계열사이면서 법정관리를 졸업한 LIG건설이 또다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된 데 대해 업계의 충격파는 상당할 것”이라며 “현재의 주택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올 상반기까지는 중견업체들의 구조조정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들 중견건설사는 설상가상으로 플랜트 분야 등의 핵심인력 유출로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한 중견업체 임원은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숙련된 인력을 경력직으로 빼가는 바람에 도무지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면서 “우리뿐만 아니라 비슷한 규모 업체들은 똑같은 심정일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시공능력 평가순위 10위권 안팎의 대형 건설사들도 고민이 깊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리비아 등 중동지역의 소요사태, 일본의 쓰나미 피해에 따른 원전 폭발사고로 해외사업 진출에 비상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초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82억 달러. 지난해 같은 기간(280억 달러)의 3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는 중견업체뿐만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도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며 “당초 세웠던 올해 실적 목표를 대폭 수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